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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스마트폰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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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13 20:33:58 수정 : 2010-10-13 2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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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컴퓨터가 더 가치생산적
‘매트릭스’ 현실화되는 건 아닌지…
지난 봄에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실은 이것이 첫 번 스마트폰은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 두어 차례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다. 또한 통신 기능은 없지만 주소록, 일정관리, 노트 기능을 제공하는 개인휴대정보기(PDA)를 휴대전화와 병행해 사용한 적도 있다. 예전의 스마트폰은 스마트하다고 보기엔 문제가 있었다. 영리하지만 가끔 실수를 저지르는 어린아이와 같다고나 할까.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전자전산학
스마트폰의 생명은 컴퓨터와 확실하게 동기화되는 데 있다. 그런데 한 번은 내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싹 지워 버렸다. 그래서 언젠가 국내 휴대전화 1위 기업에 다니는 임원에게 불평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우리나라에는 스마트폰 수요가 없어서 만들어 봤자 팔리지 않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수요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지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핀잔만 받았던 기억이 있다. 작년부터 일기 시작한 아이폰 열풍으로 스마트폰 개발에 올인하는 최근 상황과는 격세지감이 든다.

올해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신세대 스마트폰은 과거에 내가 겪었던 이런 문제는 다 해결한 듯하다. 일상에 가장 중요한 일정, 주소록, 할 일, 개인정보 등이 내 컴퓨터와 항상 동기화되어 있다. 게다가 뉴스, 날씨, 이메일, 은행계좌 관리, 고속버스 예약, 길 찾기 등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됐다. 역시 기술 발전이 무섭다. 국내외 출장이 잦은 내게 디지털카메라, 포터블게임기, MP3 플레이어를 별도로 갖고 다니지 않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런데 항상 문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찾아오게 마련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일상생활 너머의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위 소셜미디어부터 시작해서 벽돌 부수기, 골프게임 등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거쳐 농장 가꾸기, 도시 운영하기 등 스케일이 큰 게임으로 발전했다.

결국 실제 내 소유도 아닌 컴퓨터 상에만 존재하는 가짜 도시를 만들고 애써서 촬영한 사진·동영상과 생각을 정리한 글들을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 아낌없이 올리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상황이 됐다. 몇 년 있으면 선글라스와 유사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착용해 항상 휴대전화 화면을 볼 수 있게 되므로 그야말로 잠자는 시간 빼곤 항상 접속돼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몇년 전에 상영된 영화 매트릭스를 생각나게 한다. 인간은 매트릭스라고 불리는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을 위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되고 컴퓨터에 의해 경작되게 된다. 컴퓨터가 제공하는 가상세계에서 인간은 마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착각 속에 살지만, 실제로는 양계장 닭처럼 진열돼 최소한의 영양을 공급받으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첨단 정보기술(IT)은 스마트폰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보다 더 성능이 좋고 기능이 많은 태블릿 형태의 기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클라우드 컴퓨팅, 증강현실, 실감통신, 전자책 등 첨단기술이 대기 중이다. 매트릭스나 아바타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 주변에 와 있을 것이고, 우리는 더욱 더 많은 시간을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IT가 발달하면 컴퓨터가 궂은일을 맡고 인간은 고상하고 창의적인 일을 할 걸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 반대로 인간이 궂은일과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고 컴퓨터가 창의적이고 부가가치가 큰 일을 하는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부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같은 세상은 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디지털적인 가치관이 함께 공존하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전자전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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