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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애플 전성시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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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22 19:12:36 수정 : 2010-04-22 1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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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모색하는 국내 닷컴들
정부는 낡은 규제 틀 깨야
애플 아이폰에는 ‘주가’란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그것도 지울 수 없는 붙박이 기본프로그램이다. 주식에 관심이 없는 고객도 적지 않을 텐데 왜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을까. 실행해 보니 그 이유를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애플은 물론 구글, 야후 등 쟁쟁한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주가와 시가총액이 떴다. 상장사는 기업 가치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애플 역시 전략상품인 아이폰을 통해 늘 자사의 기업 가치를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애플 직원들도 업무용으로 지급된 아이폰으로 자사의 주가를 경쟁자인 구글, 야후와 비교하며 신발끈을 조일 듯 싶다.

홍진석 경제부 차장
21일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2351억달러로 구글(1762억달러)을 멀찌감치 따돌렸을 뿐만 아니라 야후(244억달러)의 9.6배에 달한다. 야후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10여년 전 닷컴 초기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야후였지만 백화점식 포털이란 사업 모델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최근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모바일인터넷 돌풍에 국내 포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인 듯하다. 한때 잘나가던 구글마저도 애플의 기세에 풀이 죽은 모습이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올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아이폰만 875만대나 팔았다. 아이폰 출시에도 불구하고 아이팟은 죽지 않았다. 1% 정도 감소한 1089만대란 실적을 냈다. 전망은 더 밝다. 아이팟, 아이폰에 아이패드까지 가세하면서 삼각편대로 나설 태세다. 애플이 창출한 ‘아이튠즈(음악) 앱스토어(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 아이북스(전자책)’란 3대 온라인마켓에서만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애플의 전성시대’란 칭찬이 자자하다. 당장 최고의 IT업체로 군림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2749억달러)마저 추월할 것이란 예상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애플은 그간 국내에서 소수 마니아들에게만 친숙한 기업이었다. 전문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들이 주고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아이폰을 한국시장에 선보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애플은 아이폰만 판 게 아니었다. 손에 들린 모바일인터넷 단말기가 제공하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줬다. 진정한 모바일인터넷 시대의 물꼬를 터줬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10년 전 닷컴 돌풍의 주역들을 만났다. 닷컴이 모바일인터넷으로 다시 날개를 달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이폰을 통해 애플을 다시 봤고 새로운 사업에 나설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아이폰은 물론 안드로이드폰 블랙베리 등 2개 이상의 스마트폰을 애용하는 그들이었다. 소수였지만 트위터를 통해 수천, 수만명의 온라인 벗들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주는 데 앞장서왔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국내 모바일인터넷산업의 문제점을 들춰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유선인터넷에선 최강국으로 군림했던 우리나라가 모바일인터넷에선 한참 뒤처지고 말았다는 경고다.

그간 스마트폰용 프로그램 개발을 소홀히 한 탓에 외국산 프로그램이 판을 치고 있다. 규제 탓에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내려받기 위해 해외계정을 발급받는 사용자들도 숱하다. 특히 국내 심의를 거쳐야 유통이 허락되는 게임의 경우 상당수 해외게임들이 한국계정에선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지리정보 기반의 서비스 역시 해외 서비스들이 장악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트위터 프로그램 역시 외국산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애플의 무한질주에 마냥 주눅들어 있을 필요도 없다. 희망의 싹도 곳곳에서 돋아나고 있다. 한때 시티폰처럼 사라질 뻔했던 와이파이 서비스가 모바일인터넷의 경쟁력으로 부활하고 있다. 국토가 좁아 초고속 유선인터넷을 재빠르게 깐 것처럼 와이파이는 저비용으로 모바일 인터넷서비스를 널리 보급시켜줄 전망이다. 모바일인터넷시장을 향한 벤처업계의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개발 인력들도 새로운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은 정부의 몫이다. 낡은 규제의 틀이 한국형 애플을 가두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홍진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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