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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창의력을 성장동력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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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17 21:31:12 수정 : 2010-02-17 2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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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야만 파고들면 개발 안돼
문·이과 구분 시스템 개선해야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는 결코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다”, “인간이 발명할 만한 것은 모두 발명해서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도대체 영화에서 배우가 말하는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이냐”, “전 세계에 컴퓨터 5대면 충분하다”, “사람이 읽는 속도보다 빠른 인터넷 속도는 앞으로도 절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지난 100년간 소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장담한 말 들이다. 지금 들으면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주장이었지만 전문가들이 그런 말을 할 당시에는 당시의 기술 수준을 고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견한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이런 통념을 깨고 인간은 부력에 의존하는 대신 유체역학에 기반을 둔 비행기를 발명했고, 전자광학을 화공학에 접목해 사운드가 나오는 토키영화를 개발했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대형화라는 당연한 기술추세를 거슬러 경량화, 소형화를 시도한 결과 미니컴퓨터 시대를 거쳐 퍼스널 컴퓨터가 대중화됐으며, 이제 우리 주위의 모든 물체를 컴퓨터화하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는 단계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기존 상식과 통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핵심은 개인의 창의력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개인의 창의력을 키워 사회 전반에 창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는 사회로 전환함과 동시에 이를 국가의 성장동력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없는 것 같지만 30년 전 필자의 경험이 실마리를 제공할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나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응용수학을 강의하면서 로봇 관련 연구를 2년간 했다. 나보다 훨씬 똑똑한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수업시간은 엄청난 중압감이었으나 그보다 더 큰 스트레스는 점심 시간이었다. 수업시간에는 미리 강의 준비를 한 대로 시간을 보내면 됐으나 교수들이 모여 앉아 식사하면서 담소하는 자리는 어떤 이야기가 테이블 위에 올라올지 몰라 그야말로 가시방석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문제가 주어졌을 때 푸는 능력은 그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정작 창의성을 극대화해야 할 부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지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개인의 창의력을 산업적으로 체화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도 크게 작용한다. 일찍이 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창의산업이란 개념을 정립하고 집중 투자해 왔다. 영국의 창의산업은 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생성된 지식재산권에 기반을 둔 산업이다. 이 범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관심 갖고 육성하고 있는 문화콘텐츠산업도 포함되지만 정보기술(IT)산업에 속하는 소프트웨어산업과 미디어산업도 포함된다.

창의성은 복합적인 것이다.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고도의 집중력, 열린사고,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은 창의성이 발휘될 가능성을 높인다. 창의성은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때보다 인접한 분야를 들여다볼 때 갑자기 폭발한다.

역사적으로도 큰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은 물론이려니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다. 과학적 창의성과 예술적 창의성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학분야에서 창의성은 20대 초반에서 가장 활발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10대 청소년들에게 균형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문사회 계열과 이공학 계열을 조기에 갈라 놓는 교육시스템, 지적인 호기심을 키워야 할 시기에 지식을 주입하는 교과과정 등은 지식기반 창의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창의력은 이 세상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고, 이것이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열쇠이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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