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타워] 스마트폰의 사회·경제적 비용

관련이슈 세계타워

입력 : 2010-02-02 19:44:49 수정 : 2010-02-02 19:44: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통신 소비자에 엄청난 희생 강요
꼭 필요한지 가입전 심사숙고를
요즘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이 단연 화두다. 직장인 몇 명만 모이면 자랑하듯 스마트폰을 꺼내놓고 만지작거리고, 스마트폰 사용자는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인식되게 한다.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승객 서너 명 중의 하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정도다.

류영현 온라인뉴스 부장
아이폰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신드롬’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은 마치 시대에 뒤떨어져 고루한 것처럼 여겨지기 일쑤다. 또 IT에 문외한처럼 인식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이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사회, 경제적 비용이나 폐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경우를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곰곰이 뜯어놓고 보면 스마트폰처럼 통신 소비자가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일찍이 없었는데 말이다.

조금만 되짚어보면 스마트폰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만약 아이폰에 신규 가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아이폰의 가격은 32GB(기가바이트)의 경우 94만원 정도. 아이폰에 가입하는 고객은 이런 고가의 첨단제품을 20만∼30만원에 손에 넣을 수 있다. 여기에 가입자가 모르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는 아이폰을 비싸게 사다가 저렴하게, 심지어 공짜로 공급하지만 차액은 요금제를 통해 고스란히 보전하고 있다. KT는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3만5000원에서 9만5000원까지 모두 4종류의 정액요금제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요금제인 1GB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가입자라면 6만5000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앱스토어에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사용하면서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스마트폰 사용자는 무선 AP(액세스포인트)가 설치된 곳에서만 인터넷 사용이 무료일 뿐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물론 야외에서는 3G 망을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유료로 전환돼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정액요금제 가입자도 정작 요금을 낼 때는 10만원 이상을 부담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통신사가 손해나는 장사를 할 턱이 없다. 그래서 이용자의 통신료는 예상보다 증가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늘어갈수록 통신사가 말하는 ARPU(가입자당 월평균 매출)도 증가하고, 약정요금제라는 이름으로 발목이 잡힌 이른바 ‘충성도’가 높은 고객도 늘어난다. 이는 그만큼 소비자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음을 뜻한다. 아이폰 소비자의 70%가 데이터는 안 쓰고 음성통화와 문자만 이용하고 있다는 비공식 조사결과도 있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 나타난 현상이겠지만, 이는 기존의 단말기와 값싼 요금제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스마트폰의 유혹에 빠져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가입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심지어 청소년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은 지하철이나 버스, 학교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인터넷에 접속해 이로울 게 없는 성인화보 등의 정보를 검색하는 데 사용된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의해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성인인증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상당수의 콘텐츠는 외국에서 만들고 제공되는 것들이어서 청소년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분히 생산적이고 유익할 것이라는 환상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폰 가입자가 늘어갈수록 미국 기업 애플에 지급하는 비용도 증가해 국부 유출은 심각해진다.

스마트폰에 가입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꼭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생산적인지, 아니면 삶의 편의성을 높여주는지를 말이다. 역설적으로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돈 먹는 하마’이거나 약정기간 동안 달고다녀야 하는 고통스런 족쇄나 다름없다. 스마트폰 가입에 앞서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류영현 온라인뉴스 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