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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9 21:34:21 수정 : 2010-01-19 21: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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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상륙하자 허둥지둥
스마트폰 열풍 다시 도약 계기로
다국적기업 한국법인의 40대 한국인 임원은 스마트폰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날씨를 체크한다. 3시간 단위로 나오는 일기예보를 검색, 날씨에 맞는 복장을 하고 출근한다. 주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는 그는 차에 타면 스마트폰으로 밤새 들어온 이메일과 뉴스, 주가 등을 체크한다. 본사인 미국이 한창 일할 오후 시간대라 급한 이메일이 있으면 곧바로 답장을 보낸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을 전용 키보드에 끼워놓고 노트북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이메일을 작성한다. 시간이 남으면 전자책을 보거나,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영어공부를 한다. 회사 회의 때도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다. 퇴근 후도 마찬가지다. 

홍성일 경제부 선임기자
스마트폰이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에 스마트폰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연말. 애플의 아이폰이 상륙하면서부터지만 확산 속도가 무섭다. 아이폰은 출시 한 달 보름 만에 25만여대가 팔렸다.

스마트폰시장 규모는 올해 400만대로 예상된다. 두산, 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속속 임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언론사에서도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고 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아이폰을 사용해보고 사용자들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구나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사용자들의 잠재적인 생각까지 구현한 것에 놀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전직 IT주무 장관인 이동통신업체 총수가 한국이 스마트폰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자복한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다. 아이폰 상륙이 준 가장 큰 충격은 세계 2위의 휴대전화 제조 왕국인 한국이 스마트폰 후진국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노키아 38%에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21%와 11%로 세계 2, 3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존재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IT 분야 리서치 전문업체인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3.2%에 불과하다. 노키아(39%)와 애플(17%)은 물론 캐나다의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림(20%)과 대만 업체인 HTC(6.5%)보다도 못하다. LG전자는 준비단계라 순위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스마트폰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폐쇄적인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영향이 크다. 최근에야 해제된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의 탑재 의무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다 보니 일반폰을 제외한 스마트폰에서 세계시장 트렌드에 한참 뒤졌는데 우리가 최고라는 ‘우물안 착시 현상’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내 업체들이 일반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데 급급해 콘텐츠 개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최근에 삼성전자는 아이폰 열풍이 불자 자사의 스마트폰인 ‘옴니아폰’ 30만여대를 판매, 아이폰을 제쳤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단말기 판매 숫자에만 연연하는 것은 콘텐츠가 핵심인 스마트폰의 본질을 간과한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세계적인 IT기업들이 한국에서 맥을 못추는 것처럼 아이폰 열풍도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영어 알파벳 문화에 익숙지 못한 일명 ‘2바이트(BYTE) 국가’인 한국에서 구글과 야후, 노키아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고전한 전력 때문이다. 글로벌 IT기업들 사이에서 알파벳 문화권 국가들이 ‘1바이트 국가’로 불리는 데 비해 ‘고립된 섬’ 같은 IT문화를 가진 한국과 중국, 일본은 ‘2바이트 국가’로 불린다.

그러나 아이폰 열풍은 역설적으로 그간 국내 IT 시장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이 장벽이 깨지고 있다는 전조를 보여주고 있다. 폐쇄적인 보호막에 안주했다가는 IT강국에서 탈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최근 “삼성도 까딱하면 구멍가게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처럼 글로벌 트렌드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다가는 언제 IT 구멍가게로 전락할지 모를 일이다. 아이폰이 가져온 스마트폰 열풍이 한국 IT산업의 문제점을 자성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 한국 IT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성일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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