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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폭설에 갇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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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06 00:27:16 수정 : 2010-01-06 00: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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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 정확도 2배로… 재난에 강한 나라 만들어야 신년도 업무를 시작하는 새해 첫 출근 일인 4일 대한민국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폭설로 지역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하는 재난이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까지 가동하며 대응과 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미처 치우지 못한 눈이 얼어붙어 한동안 국민생활이 지장을 받게 됐다. 이번 폭설은 서울에서 하루 25.8㎝를 기록해 103년 만의 최고 적설량이었지만, 이 정도는 전국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겨울철에 자주 경험한 수준이다.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수·안전공학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설정한 국정지표 중에는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재난에 강한 나라 건설’이라는 지표가 있다. 재난에 강한 나라란 인적재난에 대해서는 예방활동인 안전관리를 강화해 예방에 힘쓰고, 자연재난에 대해서는 경감대책을 중심으로 철저히 대비해 피해를 예방하고,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체계적으로 신속히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관리체계가 잘 갖추어진 국가일 것이다.

그러나 예방활동을 통해 예상 위험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시행할 여유가 있는 인적재난과는 달리, 자연재난은 사전에 예측한 수준을 초월하는 재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자연재난은 상황 예측 수준의 정확도와 이에 대한 대비 및 대응 활동의 적절성 여부가 관리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면 어떻게 자연재난에 대비해야 할까.

우선, 최근의 자연재난은 국지성 호우나 폭설과 같이 대부분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황 수준 예측은 기상예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과학기술의 한 분야로서 기상예보는 현재의 지구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학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는 없지만, 서해상의 관측정보가 부족했다는 말로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다. 재난에 강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자연재난 관리의 핵심인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현재보다 2배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기상예보를 확률이라고는 하지만 적설량의 차이는 재난 대비와 긴급대응에 있어 엄청나며, 그 결과는 이번과 같이 도시 전체가 마비가 되는가, 아니면 소통이 가능한가로 나타나게 된다. 예보의 정확도를 향상시킨다 하더라도 급변하는 기상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기상선진국에서조차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 자연재난 관리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결과는 항상 큰 피해만 입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폭설 재난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는 정부와 각 지자체의 대응활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폭설에 대해 매뉴얼을 통해 적설량 수준별로 대책을 수립해 놓았는데, 이번 폭설과 같이 적설량이 예상 수준의 상한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에는 인력과 자재 및 장비의 운용에서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강원지역처럼 많은 눈이 기록되지 않는 곳이라 하더라도 예상최대적설량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설정하고 수준별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비 및 대응책은 필요한 인력과 자재 및 장비를 충분히 갖추는 것이 원칙이지만, 확보되지 않은 경우라면 차량통제나 국민비상행동요령 홍보 등을 통해 소통대책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서울을 중심한 중부지역의 폭설 대란은 정확하지 못한 기상예보와 재난대응 매뉴얼의 불충분 및 그 결과로 인한 대비 및 대응 부족이 빚어낸 재난관리의 난맥상이다. 앞으로도 자연환경은 더욱 예상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최대한의 기상예보 수준 향상과 자연재난 상황의 예측수준 상향을 도모함으로써 이에 따른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만 재난에 강한 나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수·안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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