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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영리병원 도입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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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 훼손 가능성 커

국민건강권 담보로 돈벌이 안돼
임국현 논설위원
제주도가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 관계부처 협의에 착수하면서 이 문제가 또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의회의 영리병원 설치 동의에 이어 이번 주부터 중앙정부와의 본격협의가 시작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등 5개 단체는 자전거와 도보로 제주 전역을 돌며 영리병원 반대 홍보에 나섰다. 보건의료노동조합도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영리병원 도입의 목적은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민간기업도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 병원의 규모나 기술력을 세계 일류로 끌어올려 내국인뿐 아니라 돈 많은 외국환자들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서자는 취지다. 수출 못지않은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호텔급 시설과 최고수준의 의료진을 갖춰놓고 적극 홍보하면 상당한 돈벌이가 가능할 것이다. 실례로 미국이나 태국의 영리병원은 그런 측면에선 성공적이다.

그런데 왜 반대가 거셀까. 한마디로 전국민 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더라도 국민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병·의원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에 어떠한 훼손이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정부의지와는 상관없이 전국민 의료체계의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대형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차별화를 위해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테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돈을 벌기 위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 집중하고 당연히 과잉진료가 많아질 것이다. 영리병원을 이용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형 영리병원이 활성화하면 내로라하는 의료인들은 대우가 좋은 이곳으로 대거 몰려올 것이고 일반 병원과의 진료능력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용하자니 비싼 병원비가 걱정이고 안 가자니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당연지정제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당연지정제는 의료서비스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어 영리법인 도입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면 위헌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다면 국민건강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제주도 영리병원 도입이 의료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점이다. 많은 반발과 저항 때문에 제주도를 출발점으로 삼았을 뿐이지 전국에 산재한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넓혀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늘어나면 비싼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민간의료보험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건강보험의 역할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민영화로 가는 통로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많은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얼마 전 전재희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장관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화제에 오른 것이 건강보험이다. 시벨리어스 장관은 “한국은 전국민 건강보험을 제공한다는데 미국이 배울 만한 점이 많다”며 “보건의료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한국 건강보험에 대한 정보 공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조차 배우려 하는 우리의 그런 장점이 훼손될 상황에 처한 점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소위 ‘빅4’에 환자가 몰리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영리병원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럴 경우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층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국민 누구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민건강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기본권을 담보로 ‘돈벌이’를 하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의료발전과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현 체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도 성형수술 등을 받으려 외국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지 않은가. 호텔 수준의 호화 병원을 통한 돈벌이가 아니라 의료기술 향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의료체계가 붕괴할 여지가 있는 일을 시도해선 안 된다.

임국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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