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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새장 안의 ‘지저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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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04 21:08:36 수정 : 2009-08-04 21: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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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국민의 창이 된 ‘트위터’

‘김정일 이후 북한’ 예의 주시를
황정미 국제부장
며칠 전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United4Iran’. 지난달 25일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이란 국민의 자유, 인권을 위한 ‘지구적 행동의 날’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는 내용이었다. 인권 활동에 적극적인 아일랜드 록그룹 U2와 국제앰네스티(AI), 휴먼라이츠워치 등 40여개 국제인권단체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들의 참여는 물론 1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집회를 조직할 수 있었던 건 “새로운 미디어, 기술 덕분”(United4Iran의 피루즈 마흐무디)이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행사 장면은 인터넷,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집회를 이끈 알만 자앙기리는 행사 도중 ‘이란 국민들이 옥상에서 용감한 이웃들에 감사한다고 외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는 트위터(twitter: ‘새들의 지저귐’이란 뜻의 온라인 단문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이 사실을 집회 참석자들에 알렸고,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란 국민들이 들을 수 있도록 ‘지지의 함성’을 힘껏 질렀다.

지난 6월12일 이란 대선 후 촉발된 부정선거 규탄 시위는 ‘트위터 혁명’으로 불렸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단문 메시지를 서비스하는 트위터를 통해 여대생 네다 아가 솔탄의 사망 장면 등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마크 페이플은 지난달 8일자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기고를 통해 이란 국민들의 ‘세계의 창’이 돼준 트위터는 노벨평화상감이라고 평가했다.

“소위 ‘트위터 혁명’으로 얻은 건 없다. 오히려 대대적인 체포로 이란인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렸다”는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보도(7월8일자)는 댓글 논쟁이 흥미로웠다. “(야당 지도자) 무사비의 지지기반은 구치(Gucci) 옷을 입고 트위터를 하는 서구화한 소수의 이란인일 뿐”(Johan)과 같은 글도 눈에 띄었지만, 비판적 댓글이 다수였다. “시위 도중 숨지거나 구속된 많은 이란인을 모욕하는 것”(lidamirzaii), “오히려 이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바깥 세상이 모른 채 지나가는 게 이란인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일” (rezaesfandiari) ….

사실 ‘트위터 혁명’은 지난 4월 구소연방권의 소국인 몰도바에서 먼저 시작됐다. 당시 총선에서 집권 공산당이 101석중 60석을 얻었다고 발표했지만 곧 부정선거 시비가 일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시위대가 도심 광장을 덮었다. 포린폴리시(FP)는 “우크라이나에서 휴대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오렌지 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몰도바에서 트위터가 새로운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몰도바 총선 후 48시간 이내 트위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론의 태그(키워드)는 #pman. ‘Piata Marii Adunari Nationale’의 약자로 몰도바 수도인 키시너우에 있는 가장 큰 광장의 루마니아어 이름이다. 결국 몰도바 정부는 재검표 절차를 밟았고, 야당의 보이콧으로 집권당이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면서 의회가 해산돼 약 4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다시 총선을 치르게 됐다. 그 결과 집권 공산당이 제1당이 되긴 했지만 여소야대 의회가 됐다.

정치·종교적으로 억압된 체제에서 트위터와 같은 사회 네트워크 서비스가 정치적 힘을 갖는 건 바깥 세상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여론과 서방 국가 지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지구촌이 네트워크로 촘촘히 엮이면서 사방에 흩어진 그룹을 특정 목적·특정 장소로 묶어내는 도구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클레이 서키, ‘끌리고쏠리고들끓다’).

이런 세상에 굳게 빗장을 걸고 있는 북한에서도 ‘지저귐’을 들을 수 있을까. 북한 관련 민간단체인 ‘좋은 벗들’, ‘열린북한방송’ 관계자들은 “아직 멀었다”고 한다. 인터넷은 외부와 연결돼 있지 않고, 중국 접경지대에서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탈북자나 중국을 오가는 북한 주민 등의 입을 통해 내부 동향을 전해 듣는 정도다. 그래도 주민들 사이에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한국 영화·드라마를 구해보는 엘리트층과 젊은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김정일-김정운의 권력승계 과정이 부각되면서 ‘김정일 이후의 북한’은 우리에게 머지않은 현실이 됐다. 급변사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 내부의 ‘지저귐’에 바짝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순간, ‘혁명’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황정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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