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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십니까] 휴대전화 감청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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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27 20:49:37 수정 : 2009-04-27 20: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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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중 합법적인 휴대전화 감청 허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통신업체의 감청 관련 장비 구비를 의무화해 국정원과 검·경 등 일선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업체의 도움을 받아 합법적으로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생활·인권 침해라는 반발과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에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찬] 휴대폰 제외하면 감청제도 자체가 무의미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감청은 권한을 가진 국가기간이 합법적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장치를 사용해 통신을 청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행법은 대상 범죄를 열거해 감청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은 명문으로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제도의 도입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을 허용하면 합법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거의 전 국민이 휴대전화 가입자란 점에서 이런 우려는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오늘날 휴대전화는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보편적 통신수단이라는 점에서 휴대전화를 감청에서 제외한다면 감청제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법의 기능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이보다는 현실적 필요에 의해 감청제도가 도입돼 있는 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른 감청절차가 이루어지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감청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영장제도를 강화하고 감청 의뢰기관과 감청 설비기관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은 사회질서의 유지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휴대전화를 감청기기의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경험에 기초한다. 법은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감청이 전 국민의 통신의 자유를 잠재적으로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형사법이 전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위시한 기본권을 침해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감청의 오·남용의 문제는 휴대전화의 감청과는 별개의 문제이고, 발생 시에는 제재규정에 의해 처벌하면 된다.

[찬] 사회안전 분야 사각지대… 감청 허용해야
고영주 케이씨엘 변호사

휴대전화는 우리나라의 안보와 사회안전 분야에서 확실한 사각지대이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법상으로는 가능하게 돼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법원의 허가 등 적법절차를 거치면 모든 통신망에 대해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있도록 감청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경우는 이러한 감청 허가를 받아도 감청 설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감청을 할 수가 없고, 결과적으로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휴대전화 감청제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전복이나 테러, 살인, 마약 등 어떤 중대 범죄의 모의도 휴대전화를 통하기만 하면 법이나 정보수사기관의 통제 밖에서 은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이 돼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 감청 얘기가 나오면 대다수 국민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국민이 휴대전화 감청제도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정보수사기관이 제멋대로 사적인 대화를 엿들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생각은 기우이다.

물론 종전과 같이 정보수사기관이 직접 감청 설비를 운영한다면 그런 사태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단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업체에게 감청 설비와 기술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것일 뿐 이후 감청과정은 일반 유선전화 감청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선량한 국민이 도청이나 감청을 당할 일은 없는 것이다.

[반] 통신비밀 침해 최소화해야
문병효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3자의 휴대전화를 도청하거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한 당연히 형사처벌된다. 국가기관 스스로도 법관의 영장 없이 휴대전화 감청을 통한 통신의 비밀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국가에 의한 휴대전화의 감청은 예외적인 경우에 법관의 사전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

물론 현행법의 해석을 통해서도 휴대전화의 감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즉,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3호에 의하면 통신비밀보호법의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은 전화·전자우편·회원제 정보서비스·모사전송·무선호출 등과 같이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해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전기통신에 휴대전화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가능함에도 여론의 반대 때문에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을 허용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번 개정안에 의해 휴대전화의 감청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게 되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감청은 지극히 내밀하고 사적인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가 되므로 예외적으로 중대한 상황에서만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 엄격한 요건 하에 허용돼야 한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전기통신의 감청 등 통신 제한조치는 범죄수사 또는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보충적인 수단으로 이용돼야 하며, 국민의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위반해 불법 감청에 의해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그 대상 범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대상 범죄의 범위를 줄이려고 한 것에는 찬성한다.

[반] 감청설비에 5000억 소요… 효율성 의문
이은우 지평 변호사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에게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기기를 구비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모든 통신은 감청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화, 그 밖의 전기통신도 그 대상이다. 통신사업자의 추산에 의하면 이렇게 할 경우 약 50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 만약 그 비용을 통신사업자에게 전가할 경우, 오스트리아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졌듯이 범죄수사라는 국가의 활동에 대한 비용을 사기업에 전가하는 것이어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 과연 국민의 세금 5000억원을 들여서 휴대전화나 인터넷 전화를 감청해야 할 만큼 휴대전화 감청이 수사 효율성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수년간 감청의 98%를 국정원에서 해 온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차라리 그 비용으로 전국 곳곳에 파출소를 만들어 민생치안을 강화하는 게 낳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는 지리정보시스템(GPS) 위치추적을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받을 수 있는 내용도 있다. GPS 위치추적은 정확도가 수십m 정도이다. 만약 수사기관이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위치추적 자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면 ‘재앙적’인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있다. 사실 GPS 위치추적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도 아니다. 그런데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현재 법원에 제공 허가를 신청할 때, 특별한 소명자료도 필요 없게 돼 있다. 그리고 긴급한 경우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다. 받기만 하면 이미 위치추적은 끝났기 때문에, 법원에 허가장을 신청하지 않고 재판에 내지만 않으면 악용의 소지가 높다. 만약 GPS 위치추적 자료를 추가한다면 수사기관이 간편한 수사기법으로 남용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리=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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