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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대강 사업에 전통문화 장인 배제하다니

입력 : 2009-04-09 20:49:56 수정 : 2009-04-09 20: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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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칠용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장
이명박정부의 4대강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대강 개발로 해당 지역의 경제활성화는 물론 새로운 관광 산업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중에서도 강 유역과 인접한 전통문화, 매장문화재 등 우리 조상의 삶과 애환이 깃든 나루터가 21세기형 문화, 예술 장르로 재창조될 듯싶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 강에 우리 배(황포돛배)를 띄우자’는 의견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 고유 문화유산인 무형의 재산을 살려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자고 열변을 토하는 당국자를 보면 거의가 정부 정책 홍보를 위한 것이며 그러한 내용은 정권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흘러가 버릴 정책이 아닌가 싶다. 그 좋은 사례가 얼마 전 부여군에서 발주한 ‘황포돛배 유람선 건조’ 사업에 대한 조달청의 입찰공고 내용이다.

황포돛배가 필요한 부여군에서 제시한 의견서에는 재질은 전통한선 제작기법으로 만든 목선이며, 건조 위치는 ‘황포돛배의 운행 장소인 백마강변 근처에서 제작해 백마강에 진수해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있다. 입찰 자격 또한 ‘정부가 인정하는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최근 3년간 9t 이상의 선박을 건조한 실적이 있는 업체’이다. 또 그 내용을 보면 품명은 중소기업진흥관련법에 의한 공장등록증 소지, 직접 생산 확인서 제출 등을 입찰 자격으로 고시했다. 이로 인해 자손대대로 황포돛배를 만들어온 장인(무형문화재 조선장)은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정부의 ‘전통문화의 산업화’ 추진이 한낱 구호뿐이 아닌가 하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도로 구조상 황포돛배는 그 어떠한 운송 방법으로도 공장에서 건조해 해안지역까지 옮길 수가 없는데 어떠한 연유로 공장등록증을 요구한단 말인가. 이러한 것이 바로 행정편의주의 타성이 아닌가 싶다.

같은 기간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의 청자보물선 온누비호 실물복원(황포돛배) 사업 입찰 공고엔 ‘공고일 기준 국가·지방자치단체 지정 조선장 또는 한선기능 전승(계승)자를 보유한 업체, 공고일 기준 최근 5년 이내 지자체, 박물관, 전시관, 과학관 등에 20m, 15t 이상 규모의 1억원 이상 전통한선 건조 실적이 있는 업체’로 전통한선 제작 장인 보유자나 장인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똑같은 정부기관에서 발주한 한선에 대해 조달청에선 각기 다른 조건, 자격을 내세우고 있을까 의문이 든다.

조달청과 특허청 등 정부 당국자들은 천연염색, 한지, 갓, 화각, 전통 창호, 채화칠기 등 민족유산 중 산업분류 번호가 없는 품목들을 찾아내 서양 것이 아닌 우리 고유의 산업분류 번호를 부여해주는 일부터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우리 강에 우리 목재의 한선이 아닌 화학성분으로 만든 공업용 한선만이 떠다닐 것이며, 한선 장인은 그나마도 일자리를 잃어 그 맥마저 단절될 것으로 본다. 문화재청에서는 시급히 한선제작 장인을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이칠용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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