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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부출연硏 과학정책의 비전 제시해야

입력 : 2008-08-26 18:56:49 수정 : 2008-08-26 18: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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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아시아연구소 소장·우송대 교수
한국의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가 지난 30년간 선진국 연구소에 비해 초라한 연구비를 활용하면서 전기공학과 자동차공학, 재료·생명공학 분야에서 이룬 업적을 보면 경이적이다. 그러나 이 기간 세계는 크게 변했고 한국은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사회·경제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새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분야인 재생에너지, 환경기술, 생명공학, 농학 등의 연구와 제조기반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1960년대만큼 심각하며 그 당시와 유사한 극복 의지가 요구된다. 이 과정은 틀림없이 매우 고통스럽고 불확실하지만, 생명공학 등 새로운 분야에서 출연연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들 분야에 대한 수요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교육과 연구 양쪽을 담당하는 대학교가 이를 뒷받침할 수 없을 것이다. 출연연 내 실험실은 당연히 대학 교수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며, 겸직교수가 보편적 형태가 돼야 한다.

차세대 출연연은 구조와 자금 조달, 전략 면에서 이전 연구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새 출연연은 연구소 사이의 교류 및 상호 작용을 촉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청사진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각 출연연이 각자의 임무를 되돌아보고, 모든 연구소가 전략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축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에너지, 환경, 식량 안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열쇠다. 한국은 오랜 기간 집중된 연구를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모델로 성장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제 급격한 경제, 문화, 지적 변혁의 시기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석유 의존에서 탈피하고, 아시아 전역의 식량 안보와 환경 악화 현안을 다뤄야 하는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이전 세대가 한국을 전쟁의 잿더미에서 부흥시킨 의지력이 다시 필요한 때이다.

출연연은 가장 중요한 현안에 주력하고, 비록 단기적인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외부 연구 프로젝트를 중단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중요한 역할을 재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삶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가치를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출연연은 학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혁신과 문화 변혁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정부기금의 수동적인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출연연은 연구에 대한 미래의 비전과 사회의 수요와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대중의 의식 속에 과학의 중요성이 재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출연연의 새로운 역할은 미래 사회의 요구를 예상하고 전 세계 유사 연구소와 협력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도출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 과학기술의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출연연과 전략을 논의하고, 정부와 접촉하는 연구소를 통해 배우며, 출연연과 함께 국민에게 과학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는 공간의 역할을 해야 한다. 각 출연연을 중심으로 기업 집단이 형성돼야 하며, 새로운 접근방식을 추진하는 젊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관계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

한국의 출연연이 지금 당장 경제를 이끄는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뚜렷한 비전을 세우면 경제가 어려운 이 시점에 한국이 나아갈 방향과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아시아연구소 소장·우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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