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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조계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총본산이자 총무원 등이 있는 한국 불교의 중심지이다. 조계사 법당에서는 일년 내내 법회와 강좌 등 다양한 행사가 거행된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전통 사찰로서 시민들이 휴식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대웅전은 24시간 개방되고 있으며, 누구든 각종 불교 관련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조계사를 찾는 사람만도 하루 4000여명, 1년에 120만명이나 된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걸어서 2분 거리, 3호선 안국역과 5호선 광화문역에서 5분 거리에 있어 교통도 아주 좋은 편이다. 웅장한 대웅전과 천연기념물 제9호인 백송 등 볼거리도 많다.

사찰은 살아 숨쉬는 역사의 보고이며 문화로 자리매김해왔다. 원래 승려들의 수도처이지만 시대마다 학자나 문인, 스님들이 사상이나 문화를 주도했던 ‘마음의 산실’이다. 일반인에게는 간절한 염원을 담고 찾는 기도처이며, 마음이 울적하거나 슬플 때 이따금씩 들러 위안과 평온을 얻기도 하고, 자기 삶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청정한 장소이다. 1600여년 전 이 땅에 불교가 전파된 이후 그 도량인 사찰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수도하는 승려들로 넘쳐나는 해인사(경남 합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경남 양산) 등 유명 사찰이 전국 곳곳에 있다.

이러한 사찰의 문화적 상징성과 역할을 배제한 이상한 사건이 벌어졌다. 국토해양부가 관리운영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정보 이용시스템 ‘알고가(www.algoga.go.kr)’에 조계사는 물론 수만평 규모의 천년사찰 봉은사(서울 강남구 삼성동) 등 주요 사찰이 모두 빠진 것이다. ‘알고가’에는 작은 교회라도 십자가 표시와 함께 다 들어 있어 특정종교 편향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농후하다. 이명박 정부의 친기독교적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고 반발하는 불교계 입장을 십분 이해할 만하다.

국토부는 단순히 실수였을 뿐이며 누락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실수도 수긍할 만한 게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것이 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몰이해 탓이라고 하기에도 뒷맛이 씁쓸하다.

박병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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