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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성형 수술… 어떻게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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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22 10:45:41 수정 : 2008-01-22 1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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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과 졸업을 맞아 외모를 고쳐보려는 청소년들로 성형외과가 붐비고 있다. 수술을 받으려는 남학생도 부쩍 늘면서 병원들은 야간수술까지 하고 있다. 일부에선 성형을 상담하는 청소년들 중에는 남의 눈에 아무렇지도 않은 부분을 콤플렉스로 생각해 수술하려는 사례가 많아 의사들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성형수술을 긍정적으로 보는 측에선 성형수술은 더 이상 외모지상주의라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감의 표현이자 자신의 경쟁력을 갖추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10대의 성형수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성장 진행 시기… 20대 이후에나 고려해 보길
박성규 서울 백병원 성형외과 과장

사회의 변화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그 가운데 사회 각 분야의 경쟁은 치열할 대로 치열한 것이 오늘날의 사회상이다. 개개인의 경쟁은 대학 입시처럼 공개된 경쟁이 있는 반면에 사회의 한편에서는 외모지상주의라고 할 만큼 외모로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 또한 필사적이다. 외모를 경쟁력의 수단 중 하나라고 본다면 그것이 결혼 취업 등에 중요한 시기는 20대 중반 이후라고 할 수 있고 이 시기의 취업이나 결혼을 위한 성형수술은 본인이나 가족 혹은 사회에서도 별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학적으로 보아도 10대는 아직 성장이 다 끝나지 않은 시기이므로 20대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다면 10대에서의 성형수술은 어떻게 볼 것인가. 10대는 결혼이나 취업과는 아직 거리가 먼 시기이며 이성 혹은 동성 친구와의 친교에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그 의의가 있는 정도이다. 그렇지만 10대의 외모중시 성향을 그저 어린 사람들의 미숙한 자기 과시욕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10대들의 또래문화나 자기 중시 성향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다. 범위를 좁혀서 10대들도 부담 없이 받아들이고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적응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폭넓게 생각하는 분야는 눈 성형이다. 안구 주변은 10대에 이미 90% 이상 성장이 끝나고 근골격이 아니라 연부조직을 수술하는 것이어서 10대에 해도 의학적으로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10대들의 성형수술이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그들의 의견을 무조건 무시할 수만은 없다면 비교적 허용할 만한 눈 성형 분야에서 보존적 수술을 하는 것은 고려해 볼 만하다고 본다.

박성규 서울 백병원 성형외과 과장



10대 외모에 민감한 건 정상적인 성장 과정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하며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수술을 받는 모양이다. 어떤 이는 이런 현상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대중문화의 탓이라고 우려하는데 그건 오해다. 외모지상주의 자체가 청소년기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청소년기는 정체성 정립의 시기이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내세울 수 있는 정체성의 소재는 매우 빈약하다. 그들에게 딱히 분명한 사회적 지위가 주어진 것도 아니고 자기만의 능력이나 경력도 아직은 없다. 구체적이고 남도 인정해주는 것이라고는 대부분 외모뿐이다. 매일 아침 세수를 할 때마다 거울 속에서 마주치는 얼굴이 바로 나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자기 외모에 민감한 것은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다.

문제는 외모지상주의가 획일주의와 결합한다는 점이다. 요즘 젊은 연예인들은 모두 이목구비가 비슷해 클론군단처럼 보인다. 평소 ‘다른’을 ‘틀린’으로 바꿔 부르는 경향처럼, 남들과 ‘다른’ 개성 있는 외모를 틀린 외모라고 간주한 결과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보다는 어떤 표준을 따르려는 이런 외모지상주의는 위험하다. 한때는 쌍꺼풀이 인기 있다가 요즘은 외꺼풀이 인기를 모은다는데, 그러면 그때마다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할까.

덧붙여 나는 대중문화를 이끄는 나이 든 어른들이 어째서 철없이 외모에만 집착하는지가 더 궁금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외모를 대체할 정체성의 다른 요소들을 쌓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외모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표준적 선남선녀만이 아니라 개성 있는 젊은 연예인을 찾아내야 향후 우리 문화계의 다양성과 창조력이 유지된다. 획일주의는 청소년들의 건강에도 독이 되지만 대중문화에도 좋을 것 없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겉모습으로 차별받는 풍토 인권교육 통해 바꿔야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TV, 인터넷, 신문 등 미디어에서 그리는 여성의 ‘몸’은 예쁜 얼굴과 마른 몸이다. 민우회에 의하면 TV 출연자 중 마른 인물은 여성이 남성보다 30%나 많은 조사 결과도 있다. 청소년들 중 70% 이상이 마른 체형을 선호하며 날씬해져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현실이다.

광고를 비롯한 대중매체의 영향은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하고 성형에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 따라잡기, 취업과 대학 면접에까지 외모가 중요하다는 인식,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부추김은 방학 때 청소년들이 성형외과를 찾는 이유가 된다. 여기에 자본시장의 상업적인 전략이 결속돼 있다.

여기서 피해를 보는 것은 청소년들이다. 온전한 자신의 신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성형을 통해 아름다움을 얻고자 하는 환상을 갖게 한다. 사회에 적응하는 경쟁력과 자신감을 얻기 위해 돈을 들여 수술대에 오르게 한다. 당당함을 기대했던 막연한 희망은 성형수술 후 뜻하지 않은 신체적·정신적인 후유증으로 힘든 결과를 맞기도 한다.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는 사회, 외모로 인한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외모를 차별하는 사회 인식의 변화를 위한 감시와 차별에 대한 인권 교육이 일찍부터 자리 잡아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10대 청소년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가치 기준에 대한 재인식,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대한 성찰, 자신의 건강 돌보기,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 기르기를 통해 내 몸의 소중함과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외모 콤플렉스로 놀림받던 동생 자신감 되찾아
김장호 문화평론가

얼마 전 서울 인근 도시 한 곳에서 무용학원을 하는 여동생과 이야기를 하던 중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방학을 이용해 성형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 둘이 아니라 여럿이 그런다고 한다. 단순한 쌍꺼풀 수술은 기본이고 코나 턱까지 얼굴 전체를 고치는 수술도 한다고 하니 뉴스에서 들었던 10대 성형 붐이 일부만의 일은 아니란 것을 실감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전한 필자의 여동생 또한 이미 고등학교 당시에 성형을 했다.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라 그 당시에는 10대 성형이 아닌 일반인들의 성형조차 흔치 않던 상황이었다. 유달리 태어날 때부터 귀가 큰 데다 무용을 하는 관계로 머리를 뒤로 묶는 일이 많아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해 고민이 많았었다. 심각한 콤플렉스가 되어 공연무대에 섰을 때도 사람들이 자꾸 자기 귀만 보는 것 같아 실수를 한다는 하소연까지 했다.

부모님과 동생은 고민 끝에 귀를 줄이는 성형을 받았고 성형수술 덕분인지는 몰라도 무용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해 지금은 무용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형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미모 지상주의의 일그러진 모습이란 지적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10대 성형이 혹시 있을지 모를 수술의 부작용으로 평생의 멍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10대 시절에는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로 깊은 상처를 받기 쉽고 성장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면서 커 나간다면 그 아이들의 밝은 미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김장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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