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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얼굴 먹칠한 中 '공자평화상'

입력 : 2011-09-30 23:49:59 수정 : 2011-09-30 23: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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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급조 ‘짝퉁 노벨상’ 불려…첫 시상자 불참 해프닝도
올 푸틴 등 후보로 선정 구설…대내외 비판 커지자 폐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중국 ‘공자평화상’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년 만이다.

공자평화상은 지난해 중국 반체제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이에 맞서 만든 상이다. 짝퉁 노벨상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공자평화상에는 1960∼70년대 문화혁명 당시 ‘비림비공(批林批孔·린뱌오와 공자 비판)’의 격랑 속에 공격당했던 ‘공자의 부활’이라는 뜻을 담으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인권을 둘러싼 국제 갈등에 부활하는 공자의 얼굴에 먹칠하게 된 꼴이 됐다.

중국은 지난해 류샤오보의 수상 결정이 내려지자 “서방이 노벨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공자평화상을 제정해 중국식 평화와 인권을 알리겠다”고 큰소리도 쳤다. 하지만 이 상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수상자조차 수상 사실을 모르는가 하면, 독재자가 수상 후보자로 올랐다는 비판으로 시끌벅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자평화상을 감독하는 중국 문화부 산하 향토예술협회는 지난 27일 문화부 웹사이트에 올린 결정문을 통해 제2회 공자평화상 주관단체인 전통문화보호부가 조직 규정을 위반했다며 이 상의 폐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신문사도 30일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전했다. SCMP는 문화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 상은 앞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향토예술협회는 전통문화보호부가 당국의 허가 없이 2회 시상식을 준비했으며 명칭도 마음대로 변경해 폐지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폐지하기까지는 공자평화상을 둘러싼 대내외 비판이 너무 커 중국 정부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9일 제1회 공자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롄잔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이 불참한 가운데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대신 상을 받았다. 당시 이 아이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향토예술협회는 지난 17일 제2회 공자평화상 준비 기자회견에서 수상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수상 후보자로 티베트 불교 2인자인 판첸 라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선정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중국에서 볍씨 종자 개발의 대부로 평가받는 농업과학자 위안룽핑(袁隆平)도 후보에 올랐다.

이에 비난을 퍼부은 것은 중국 네티즌들이다. “독재자로 지탄받는 푸틴 러시아 총리,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로 불리는 판첸 라마가 과연 수상자로 적합한가”, “중국을 비판해 온 메르켈 총리를 왜 후보자로 선정했나”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상하이대학 주다커(朱大可) 교수는 “상업적인 이익에 놀아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1회 시상식도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이 시상식이 열린 것은 지난해 노벨평화상 시상식 하루 전인 12월9일. 당시 수상자로 결정된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은 “수상자 선정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결국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트로피와 10만 위안의 상금을 수상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해 공자평화상 제정 당시 정부가 이 상으로 중국의 평화와 인권을 알릴 계획이라고 보도했었다. 공자평화상은 국제적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애꿎게 공자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국제적인 해프닝으로 남게 됐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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