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김종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노화와 암세포의 성장을 규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 것이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가 발견한, 염색체 끝부분에 위치한 텔로미어이다. 이전까지 유전자 등 아무런 정보가 없는 텔로미어의 역할을 블랙번 교수와 잭 소스택 교수가 규명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수록 짧아지는데, 세포분열이 일정한 횟수를 넘어서면 텔로미어는 아주 짧아지고 그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사멸된다.
그런데 암세포는 세포가 분열을 거듭해도 텔로머라아제 효소가 분비되면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기 때문에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전을 발견한 이후, 의학계에서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 효소를 조절하면 암과 노화를 예방하거나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블랙번 등이 10여년 전에 텔로미어를 발견한 이래 전 세계 의학자들이 이 분야를 연구해 신약 개발이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즉 텔로미어의 반대 개념인 텔로머라아제 개념을 활용한 연구다.
암 치료를 위해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가 세포분열하는 과정에서 잘려져 나가게 하면 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즉 의학자들은 텔로미어가 잘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텔로머라아제 신약을 개발해 암 환자에게 유전자치료법으로 투약하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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