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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블로고스피어]요리법 1100가지 올린 ‘살림의 여왕’ 문성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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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21 17:33:58 수정 : 2008-01-21 17: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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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살림의 여왕’, ‘대한민국 대표 와이프로거(주부블로거)’.

쌍둥이 엄마이자 가정주부인 한 블로거를 가리키는 수많은 수식어 가운데 일부다. 우리 사회에서 수식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그는 유명인사였다. 인터뷰하던 지난 2일에도 방송사 촬영팀과 촬영 일정이 있었다. 출판사에서는 책을 또 한 권 내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미 요리책을 네 권이나 냈는데도 말이다.

블로그 ‘문성실의 맛있는 밥상’(www.moonsungsil.com)을 운영하는 문성실(33)씨의 얘기다. 그는 “블로그는 내 삶의 무대”라고 했다. 

굳이 그가 사는 수원시 정자동의 아파트까지 찾아간 이유는 ‘한국판 살림의 여왕’이라는 그의 주방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주방은 아주 작고 평범했다.

―주방이 여느 가정집과 비슷하다.

“오히려 더 못한 수준이지 않나(웃음). 79.2㎡짜리 전세 아파트인데, 그래도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아본 집 중 가장 좋다. 좁아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조리기구가 많다고 해서 요리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씨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04년 6월이었다. 2002년 12월에 태어난 쌍둥이가 커가는 모습을 자료로 남기고픈 마음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가족 사진첩 정도로만 여겼다. 남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일기장’용으로만 사용하다 요리 포스트를 올리면서 일이 커졌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나자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제안해왔다.
◇대표적인 ‘와이프로거’(주부블로거) 가운데 한 명인 문성실씨가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자신의 집에서 아이들에게 줄 간식으로 닭다리 튀김과 우유 등을 내놓고 있다.
김보은 기자


이후 2005년 8월 ‘쌍둥이 키우면서 밥해먹기’를 시작으로 이듬해 ‘참 쉬운 미니오븐 쿠킹’, ‘12분 만에 뚝딱! 우리 아이 튼튼밥상’, 2007년 ‘문성실의 아침점심저녁’ 등 총 4권의 책이 나왔다.

―책을 4권 냈는데, 얼마나 팔렸나.

“권당 2만5000부씩 10만부 정도 나갔다고 들었다. 오늘도 책 내자는 전화가 걸려왔지만 이제 더는 안 내려고 한다.”

―왜인가.

“처음 책을 냈을 때만 해도 보통 사람이 책을 내는 것에 대한 신기함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독자들이 예전처럼 내 책을 곱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 요리 전문가들이 냈던 요리책에서 한계를 느꼈던 사람들이 내 책을 찾았던 건데, 요즘에는 그런 책들이 넘쳐나니까 그만큼 희소가치가 떨어지고 비판도 늘어났다.”

책은 당분간 더 낼 생각이 없지만, 블로깅은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블로그는 또다른 삶의 일부이니까 말이다.

―블로그를 꾸준히 하는 것은 힘든 것 같다.

“봐주는 사람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는 못했을 것 같다. 많은 눈이 나를 주시하고 있고, 그런 눈들이 무섭다.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 나를 쳐다봐주니까 좋기도 하다. 그 눈빛 때문에 (블로깅을) 멈출 수가 없다(웃음).”

실제로 그의 블로그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15일 현재 1100만명이 넘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니 신문과 방송, 출판계가 문씨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씨는 책도 냈고, 방송 출연도 수십번이나 했다. 현재도 주 1회 신문 칼럼을 연재하고, 가전업체 등 몇몇 기업과 계약을 맺어 업체 일도 한다. 성공적인 블로그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블로그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 알았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블로그를 하다보니 어느새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블로그 하면서 나 자신도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정말 가치 있고 좋은 것은 나로 인해 변화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내 블로그로 인해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말 기쁘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다.”

문씨는 올해 대학원도 다닐 계획이다. 대학원 진학 역시 원래 예정했던 진로는 아니었다.

“이왕 발을 담갔으니 좀 더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대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블로그를 통해 돈도 벌었고, 그 중 일부는 나를 위해 나머지는 나를 아는 사람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관리에 시간을 얼마나 투입하나.

“하루 평균 최소 서너 시간은 한다. 포스팅을 위해 어떤 요리를 할지 고민하고, 요리 과정을 촬영해 정리하고, 쪽지나 메일 그리고 질문이나 댓글에 답하다 보면 서너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
◇주부블로거 문성실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문성실의 맛있는 밥상’(www.moonsungsil.com)의 한 페이지.

―투입한 만큼의 효과는 있는가.

“난 블로그를 하면서 내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책도 많이 냈고 방송 출연도 많이 했다. 블로그를 통해 들어오는 기업체 일도 열심히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수입도 생겼다. 많은 것을 얻었다.”

―남편보다 수입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더 많아야 한다. 남편보다 더 많이 일한다(웃음).”

―블로그의 끝이 뭘까.

“나도 내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 과연 그 끝이 어디일지…. 온라인 틀을 깨고 오프라인으로 나갔을 때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사업 안 하냐는 질문 많이 하는데, 사실 사업에는 별 관심이 없다. 블로그 끝은 나도 모르겠다.”

―가능성이 무한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말인가.

“불안하지는 않다. 그러나 불확실하다. 과연 계속 높아지는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내가 거기 못 따라가면 도태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기대를 넘어서는 블로거가 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문씨는 변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3년6개월 동안 포털 블로그와 자신의 이름을 건 설치형 블로그에 약 1100여개의 요리 포스트를 올렸다. 그동안 대부분 집에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올렸지만 “이 사람은 매일 그 요리가 그 요리네”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다.

―요리 블로그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롤 모델’로서 하고 싶은 얘기는.

“일단 자신이 즐거워야 한다. 블로그는 정말 깔아져 있는 무대다. 그 무대에서 어떻게 춤추고 노래할지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콘텐츠를 쌓아가면 분명 사람들은 찾아올 것이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창덕·김보은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75년 서울 출생

●1998년 한양대 공예학과 졸업

●1998년 ‘대교눈높이’ 입사

●1999년 9월 대교눈높이 퇴사

●2002년 12월 쌍둥이 출산

●2008년 세종대학교 대학원 호텔경영학 식생활문화과 입학

●저서 ‘쌍둥이 키우면서 밥해먹기’(2005), ‘참 쉬운 미니오븐 쿠킹’(2006), ‘12분 만에 뚝딱! 우리아이 튼튼밥상’(2006), ‘문성실의 아침점심저녁’(2007)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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