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추억하라 1990년대” 복고열풍 ‘세대교체’

입력 : 2012-09-06 20:46:22 수정 : 2012-09-06 20:46: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요계 리메이크곡 차트 석권
전람회 1집 판매량 70배 늘어
잊혀진 스타들 ‘제2의 전성기’
출판계도 복고 마케팅 뜨거워
2010년 하반기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한 ‘쎄시봉 열풍’이 불었다면 올해는 1990년대 복고가 대중문화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① 영화 ‘건축학개론’에 삽입되며 판매량이 수십배 늘어난 전람회 1집 앨범. ② 김건모, DJ DOC, 쿨, 탁재훈 등 1990년대 인기가수를 총 동원하며 지난달 11, 12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던 공연 ‘청춘나이트’. ③ 힙합바지, 무스 머리, 테이프 재생기 등 1990년대 풍경을 전달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킨 영화 ‘건축학개론’. ④⑤ 복고 열풍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책들.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90년대 가요가 인기를 끈 것을 시작으로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과 ‘신사의 품격’(SBS) 등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관련 음반과 도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196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복고 열풍은 많았지만 대중문화 분야에서 90년대가 본격적으로 다뤄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복고의 중심이 가까운 과거로 이동한 것이다. 올해는 90년대를 풍미했던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20주년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90년대 복고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순히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서인국과 정은지가 최근 리메이크해 부른 90년대 인기 혼성그룹 쿨(COOL)의 듀엣곡 ‘올 포 유(All for you)’는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멜론, 엠넷 등 주요 온라인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1999년 장동건, 고소영 주연의 영화 ‘연풍연가’에 삽입됐던 ‘우리 사랑 이대로’도 발표해 단숨에 상위권에 올라섰다. 제작진은 드라마에 등장했던 90년대 히트곡을 편집음반식으로 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드라마 시청률은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5%에 육박하면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었다면 30%에 이르는 수치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멜로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극중에 흘러나왔던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도 인기를 끌었다. 예스24의 경우, 영화 상영 후 ‘기억의 습작’이 수록된 전람회 1집의 판매량이 70배 늘었고, 토이·패닉·공일오비(015B) 등 90년대 다른 가수들의 음반 판매도 덩달아 적게는 20%에서 최고 400%까지 올랐다.

폭넓은 팬층을 확보한 김건모, 신승훈, 서태지와 아이들과 달리 전람회는 일부 마니아 그룹을 형성하고 있었음에도 최근 이들 음반의 구매자는 30대(41%)에 이어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20대가 30%나 차지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건축학개론’이나 ‘응답하라 1997’이 뜬 것은 그 안에 순수하고 아련했던 첫사랑의 추억도 있지만 핵심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대중문화”라면서 “‘기억의 습작’이라는 노래 한 곡, 휴대용 CD플레이어, 삐삐, 젝스키스와 H.O.T 빠순이, 다마고찌, PC통신 등 당시 유행했던 코드와 키워드”라고 말했다.

사실 두 영화와 드라마의 줄거리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시청자들은 줄거리보다 드라마에 삽입됐던 음악과 당시 유행했던 짝퉁 브랜드까지 그대로 재현한 소품에 오히려 더 열광하고 있다.

1990년대의 추억과 향수는 그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와 배우들까지 재조명하며 다시 방송에 불러들이고 있다.

이달 말 첫선을 보이는 KBS2 ‘내 마지막 오디션’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가수들의 재기를 위한 오디션으로, 가수 김원준 조성모 현진영 손호영 등이 MC와 심사위원으로 나선다. 김원준은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도 한물간 90년대 스타로 등장했고, 김민종 역시 SBS ‘신사의 품격’을 통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쎄시봉’ 열풍의 진원지인 MBC ‘놀러와’에는 다음주 신설 코너에 공일오비의 장호일과 객원가수 윤종신 등이 출연하고, 구본승 등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스타들도 각종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그간의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출판계에도 90년대 복고 열풍이 한창이다. 예스24는 최근 ‘90년대 사랑받았던 책’을 주제로 기획전을 한 뒤 해당 도서들이 전월보다 총 60% 더 팔렸다. 박완서의 ‘너무도 쓸쓸한 당신’은 7배, 홍세화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는 4.5배 증가했다.

예스24 김정희 콘텐츠 미디어팀장은 “90년대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10대, 20대가 지금은 30∼40대가 됐고, 이들이 예스24 회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벤트를 기획하는 데 큰 요소로 작용했다”면서 “평소 블로그 이벤트보다 관련 포스팅이 4∼5배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이현미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