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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촛불막는 의병운동 일어나야”

입력 : 2008-06-18 09:52:33 수정 : 2008-06-18 09: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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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사수등 변질… 내란에 가까워
내가 생각했던 민의의 불꽃 아니었다”
소설가 이문열씨(사진)가 17일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촛불 장난을 너무 오래 하는 것 같다”며 “불장난을 오래 하면 불에 데게 된다”고 촛불집회에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20일까지 정부의 재협상 발표가 없을 경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2001년 진보 시민단체를 ‘홍위병’에 비유했다가 자신의 소설이 불타는 수모를 겪고 “더는 시대의 아이들과 불화하고 싶지 않다”며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왔던 그였기에, 이번 발언이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었는지 전화로 물었다. 이씨는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촛불의 진정성이 의심스럽습니다. 내란에 가까운 파괴행위 같습니다. 공영방송 사수, 정권퇴진뿐 아니라 이 정부의 5대 의제 철회까지 요구하는 촛불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촛불집회가 이익집단에 휘둘리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역사소설 ‘초한지’ 완간에 맞춰 지난 9일 미국에서 귀국한 그는 “한국에서의 사흘이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15일 양 방송사의 특집뉴스에서 공영 방송 사수를 외치는 시위대를 보고 완전히 마음을 돌렸다”면서 “애초 내가 생각했던 민의의 촛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공영방송 인사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를 저지하는 행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 중 제기한 ‘사회적 여론조작설’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섰다. 이씨는 “여론 조작을 뒷받침하는 특별한 근거는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강한 느낌을 표현하려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에 대해 “성급함, 부주의함, 말과 의욕이 앞서가는 것” 등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사회적 여론조작도 많이 개입돼 있다”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나타낸 바 있다.

방송에서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의병운동의 필요성’ ‘집단 난동’ 등 자극적 표현을 사용했던 그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내 의사를 전했지만 눈치 없이 말한 감은 있다”면서도 “공영방송 사수, 아직 시행하지 않은 정책까지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옳지 않다고 판단해 전 국민이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자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아이를 태운 유모차까지 등장하는 집회 문화에 대해 “축제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면서 “심각하고, 살벌한 정치시위에 아이를 동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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