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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고 못 가는 ‘한강대교 전망대’

입력 : 2009-10-29 03:46:36 수정 : 2009-10-29 03: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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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흐름 무시한채 상습 정체구간에 문열어
운전자들 “혼잡 유발” 항의에 결국 정류소 폐지
서울시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한강대교 전망쉼터가 차량 흐름을 무시한 위치 선정으로 인해 애초 예정됐던 버스노선이 대거 변경되는 바람에 접근성이 취약해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총 74억원을 들여 용산구 한강로와 동작구 노량진 사이를 잇는 한강대교 북단 양쪽 가장자리에 한강 조망을 감상하고 한강공원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와 연계되는 전망쉼터를 조성하고 최근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한강과 한강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고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잠실·한남·동작·한강·양화 대교 등 5개 다리의 보도를 확장하고, 버스정류장과 엘리베이터, 전망쉼터를 잇달아 선보였다. 현재 전망쉼터가 조성된 한강대교 전망쉼터 정류소에서 정차하는 버스는 다른 교량과는 달리 지선 버스 6211번뿐이다.

시는 애초 한강대교 전망쉼터에 대한 대중교통 접근성을 고려해 전망대 개장일이었던 지난달 28일부터 15개 버스노선이 전망쉼터 정류소에서 정차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강대교를 건너 출퇴근하는 시민과 버스 운전사, 승용차 운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달 19일부터 14개 버스노선을 전망쉼터 정류소에서 멈추지 않도록 확 변경했다. 왕복 8차선인 한강대교는 북단 직선도로 약 200m를 지나 버스중앙전용차로 구간인 한강로와 연결되고, 강변북로 진입 차량이 몰려 상습정체가 빚어지는 곳이다.

전망쉼터 정류소에 정차하기 위해 버스를 맨 바깥 차선으로 댔다가 버스 중앙차로 구간 진입을 위해 다시 차선 방향을 급하게 바꿔 끼어들기를 해야 하는 ‘곡예운전’으로 사고 위험이 크고 차량 흐름을 어지럽혀 출퇴근길 버스 승객과 버스 운전자, 승용차 운전자 모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정작 한강대교 전망쉼터가 영업허가를 받은 것은 전망쉼터 정류소가 폐지된 이후인 지난 22일이기 때문에 한강대교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그간 하지 않아도 될 ‘생고생’을 한 셈이다.

노량진 방향으로 한강대교 전망쉼터 약 200m 거리에 위치한 노들섬 정류소를 지나는 14개 버스노선도 전망쉼터 정류소와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노들섬에서 내리거나 타는 승객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도록 탄력적 운행을 하고 있다.

결국 6211번 버스 이외에 다른 버스를 통해서는 한강대교 전망쉼터를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쉼터와 가까운 지하철역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한강대교 전망쉼터에서 한강 경치를 구경하면서 차 한 잔을 마시려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거나 걸어가든지, 택시를 타야 한다는 얘기다.

매일 한강대교를 통과해 강북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조모(33·동작구 상도동)씨는 “한강대교는 서울에서도 악명 높은 정체구간”이라면서 “담당 공무원이 출퇴근 시간 현장상황이 어떤지 한 번만이라도 봤더라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곳에서 버스 행렬이 이리 끼어들고 저리 끼어드는 아찔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41·관악구 봉천동)씨는 “정체에 갇혀 배차시간에 쫓기는 버스들이 곡예운전을 하면서 접촉사고가 난 것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탁상행정에 시민들만 피해를 봤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강폭과 여름철 호우시 물에 잠기는 빈도, 팔당댐 물 방류시 수위, 자전거도로 동선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망대 위치를 정했다”며 “교량 위에 버스 정류소를 만드는 일은 과거에 해보지 않았던 일이니만큼 (전망대를 찾는) 시민 수요에 맞춰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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