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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학생 폭탄돌리기’… 강제전학 효과 없다

입력 : 2013-06-04 01:39:43 수정 : 2013-06-04 01: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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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대책 부실… 새 학교 적응못해 ‘악순환’ 반복
최근 서울 금천구와 송파구의 중·고교에서 교사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학생 2명이 본의 아니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초 교권침해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기로 한 이후 첫 사례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자신이나 부모 동의 없이 강제전학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사후 대책이 부실해 강제전학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학교가 가해자 전학생을 꺼리거나 방치하고, 해당 학생은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마다 순번을 정해 강제 전학생을 받는 ‘가해학생 폭탄돌리기’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3일 교육 당국과 일선 중·고교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초 학교폭력 예방대책으로 강제전학 제도를 도입하면서 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전학조치가 늘고 있다. 그 전까지 전학은 ‘권고조치’ 사항이었다.

폭행과 협박, 공갈 등 학교폭력을 저질러 본의 아니게 전학을 간 중·고교생은 지난해 1학기(3월1일∼8월31일 기준)에만 1497명에 달했다. 이는 2008년(1162명)과 2009년(899명), 2010년(1114명) 연간 건수보다 많은 것이다. 지난해 강제전학 총 건수는 11월 집계되는데(전학년도 강제전학 건수는 다음해 11월에 집계됨), 2011년의 2461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은 “강제전학은 환경을 바꿔 가해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학 갈 학교 배정방식부터가 비교육적이다. 예컨대 서울은 대부분 교육지원청이 관내 학교에 번호를 매겨 차례로 가해학생을 배정하고 있다. 학교마다 문제 학생을 안 받으려고 하니 아예 순서를 정해 억지로 떠민 것이다. 이러다 보니 새 학교로 온 학생은 방치되기 일쑤다.

서울 강동구 A중학교의 한 교사는 “‘과거의 기억은 다 잊고 새출발 하라’는 충고와 함께 전학 온 며칠간 교칙 등을 알려주는 게 전부”라고 귀띔했다. 강서구 B중학교 김모 교사도 “우리 학교에도 서너 학교를 떠돌다 와서 금방 또 전학 간 애들이 있다”며 “이런 강제전학 제도는 서로 맡기 싫은 학생을 ‘폭탄돌리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서구의 성지 중·고등학교(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는 여러 학교를 전전하던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다. 말하자면 폭탄돌리기의 종착역인 셈이다. 이 학교 이종진 교사는 “학교 순번을 정해 문제학생을 돌리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문제 학생이 모인 우리 학교에서도 잘만 지도하면 꿈을 찾아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경기도 광주 광수중 장재근 교장도 “지난해 부임 이후 대여섯 명의 강제 전입생을 받았는데, 전 교직원이 ‘우리가 끌어안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합심해 돌보고 있다”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개선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식 중앙대 교수(청소년학)는 “학교폭력의 정도를 따진 뒤 일반 학교에서 감당키 어려운 가해학생은 일반학교보다 대안학교에 맡겨야 한다”며 “위탁형 대안학교를 많이 설치하고, 일반 학교에도 전담 교사와 상담프로그램 등의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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