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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언어 폭력…도넘은 일탈에 '공공의 적'으로

입력 : 2013-05-28 15:37:03 수정 : 2013-05-28 15: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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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조롱… 유족들 뿔났다
경찰·방송심의위도 “단죄”
사이트 폐쇄놓고 찬반 공방
“상담자 중엔 아직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뉴스에 나오면 극심한 분노에 휩싸이는 등 감정조절이 어렵다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최근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알게 된 뒤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어요.” 광주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센터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권력에 희생된 이들의 유족과 광주 시민들을 치유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됐다.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베의 역사 왜곡과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 글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게시물 내용은 일반의 상식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기억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일베 게시물에 공분한 사람들은 법적 대응과 게시판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 네티즌들의 ‘고삐풀린’ 행각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도 넘은 언어폭력…처벌 불가피

일베 이용자들의 주 타깃은 호남이다. 5·18을 두고 폭동, 북한 배후설, 김대중 전 대통령 내란설 등 33년 전 신군부가 내세웠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피해자가 명확한 글이나 사진이 우선적으로 법적조치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광주홈쇼핑 홍어장사 잘되네’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앞에 시민들의 주검이 안치된 관들이 놓여 있는 사진을 올리고, ‘배달될 홍어들 포장완료된 것 보소’라고 썼다. 경찰 관계자는 “희생자 유족이 사자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이 길바닥에서 시민들을 제압한 채 검색 중인 사진을 두고서는 ‘어느 물건이 더 싱싱하려나’란 제목을 달기도 했다. 이 역시 사진 속 시민이나 희생자의 유족이 고소할 수 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직접 고소가 가능한 피해자를 찾아내고 있다”면서 “시민단체들과 대책위를 꾸려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지원단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정인기 변호사는 “역사 왜곡으로 갈등과 분열이 조장되고, 미래 세대의 역사관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엄중한 대응을 예고했다. 지원단은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전국 단위인 ‘범국민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경찰은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은 검거율이 90%에 육박한다”면서 “이미 일베 게시물과 관련된 수사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찰에서도 일베 같은 곳은 폐쇄가 마땅하다고 보지만 권한 밖의 일인 만큼, 사건이 접수되면 엄정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1차 규제권한을 갖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사이트를 정밀 감시하기 시작했다. 심의위가 사이버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와 관련된 시정요구를 내린 게 올해(3월 기준)에만 687건이다. 이 중 일베 관련 시정요구(4월 현재)만 160건을 돌파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심의위는 방통위에 이용해지(사이트 폐쇄)를 통보할 수 있다.

◆‘한국형 선동죄’ 입법 목소리 고조

일베 사이트 폐쇄 문제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폐해가 극심한 만큼 “마땅한 조치”라는 입장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과거 네이버의 ‘라도코드’란 카페가 폐쇄된 사례가 있다. 일베 이용자들에겐 ‘고향’으로 일컬어질 만큼 극단적 호남 비하 게시물이 집중됐고 결국 방통심의위 요구에 따라 네이버가 영구접근제한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심의위 관계자는 일베 폐쇄 가능성과 관련, “사이트 폐쇄란 음란, 장기밀매, 마약거래 등 현저한 법 위반 혐의가 확인돼야 한다”면서 “일베의 모든 게시물이 불법, 유해 콘텐츠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종합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베가 라도코드처럼 호남 비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는 아니지만, 그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역사왜곡과 관련된 게시물도 모두 처벌할 수는 없다. 2009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청구로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허위통신 금지)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5·18은 폭동”이라고 주장, 관련 단체에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지만 올해 초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피해자가 직접 나서는 경우만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형 선동죄’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 주요국가들이 홀로코스트 등 역사를 부정하는 데 대해 선동죄를 적용하는 것을 국내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5·18을 왜곡하고 모욕하는 행태를 처벌할 수 있는 ‘반인륜범죄 및 민주화운동 부인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률안에는 5·18민주화운동뿐 아니라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모든 민주화운동에 대해 이를 부인, 왜곡, 날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일제의 국권침탈행위를 반인륜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찬양한 자에 대한 처벌조항도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근본적 조치로 특정지역이나 타인에 대한 비하를 제재할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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