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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문화가정… 힘들 때 버팀목 돼 준 건 가족”

입력 : 2013-05-14 18:21:00 수정 : 2013-05-14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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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부부 합동결혼식 주례 맡은 가수 주현미
가수 주현미(52)에게는 한 박자 쉬어가는 여백의 향기가 느껴졌다. 가수로서 그의 인생은 화려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한 번도 전전긍긍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스타로서 살기보다는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화교 3세라는 남다른 출생에도 그는 대중가수로서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만난 주현미는 “제 출생 때문에 인생의 굴곡에 대해 묻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는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삼청각에서 열린 KBS 라디오 ‘주현미의 러브레터’ 가정의 달 특집 웨딩콘서트에서 주례를 맡은 주현미는 “제가 힘들 때도 버팀목이 돼 준 건 가족이었다”며 다문화가정을 꾸린 7쌍의 부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KBS 제공
그에게는 운명처럼 가수의 길이 열렸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멸시 속에 가수의 꿈을 단단히 부여잡고 오늘날에 이른 가수 인순이와 달리 주현미는 어여쁜 외모와 타고난 음색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집안에서 ‘노래 잘하는 꼬마가수’로 통했던 그는 11살 때 MBC에서 기획한 ‘이미자 모창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탔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2년 뒤 오아시스레코드 연습생으로 들어갔고, 작곡가 정종택과 ‘어제와 오늘’ 앨범을 발표했다.

‘다문화가정’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던 시절 주현미는 대만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그는 2011년 KBS 라디오 ‘주현미의 러브레터’를 통해 제작한 앨범 ‘러브레터’의 수익금 전액을 다문화가정에 기부했다. 지난 7일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 부부의 합동결혼식 ‘웨딩콘서트’를 진행하며 주례도 겸했다. 주현미는 “사회 공헌에 대한 마음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실천하게 됐다”고 전했다.

가정의 달 특집으로 진행된 ‘주현미의 러브레터’ 합동결혼식에서 7쌍의 다문화부부가 전통 혼례복을 차려입고 세종문화회관 삼청각에서 하객 200여명의 축하를 받았다. 김종서·정수라·자전거탄풍경·박완규 등의 가수가 축가를 불렀다. 주현미가 결혼식 주례를 맡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행사를 기획한 조휴정 KBS PD는 “주현미는 다문화가정 부부와 자녀의 좋은 본보기”라며 “1∼10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부부들은 무엇보다 결혼식 사진을 갖게 돼서 기뻐했다”고 전했다.

1984년 데뷔 이후 트로트계 디바로 떠오른 주현미는 1988년 당시 3대 가수왕으로 불린 KBS 가요대상, MBC 가수왕상, 일간스포츠 골든 디스크상을 휩쓸었다. 한 해에 3개 상을 모두 받은 가수는 주현미가 최초였다. 1990년대 초까지 톱스타 자리를 지켰던 그는 전성기를 지난 지금에 더 만족하는 듯했다. 그는 “스타는 무대에서 내려와 조명이 꺼진 자리에 홀로 남아야 하는 숙명 같은 외로움이 있다”며 “인기라는 허상을 좇기보다는 내면의 무엇을 채워야 한다”고 전했다.

그에게는 그것이 가족이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였던 남편 임동신은 아내를 위해 음악을 포기하며 헌신했고, 주현미는 일 이외의 시간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보냈다. 그는 1988년 MBC 가수왕상 수상 소감에서 “여보∼”를 외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주현미는 “매일 행사에 불려다니고 없는 것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는 연예인의 삶에 회의감을 느꼈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이 다독여줬다”고 전했다.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로 일했던 그에게 대중의 사랑은 저절로 찾아온 것이었다. 작곡가 정종택은 대학 졸업 후 약국을 운영하던 주현미를 찾아와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두 사람이 함께 내놓은 ‘쌍쌍파티’(1984) 앨범은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그렇게 우연히 인기를 얻은 만큼 한때는 소중함을 못 느끼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희귀하게 찾아오는 기회인지 깨닫게 됐다. 주현미는 가수로 데뷔한 아들 임준혁이 음악인의 길을 택했을 때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저는 운명처럼 가수가 됐지만 모두가 나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내 아이가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화려한 무대보다 내면을 채워주는 일상의 소중함이 큰 것 같았다.

“사람 사이에 진실한 유대는 요란하지 않게 형성되잖아요. 저는 20년 전의 화려한 무대보다 라디오에서 청취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이 더 즐거워요. 웨딩콘서트 주례를 맡게 됐을 때도 정말 기뻤습니다. 앞으로는 NGO(비정부기구) 활동도 하면서 내면을 채워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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