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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SNS 타고 ‘乙’의 목소리 커졌다

입력 : 2013-05-08 13:36:43 수정 : 2013-05-08 13: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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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 알릴 방법 다양해져
무차별 신상털기 등 부작용도
‘라면 상무, 빵 회장에 조폭 우유까지….’

‘갑’으로 불리는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횡포를 고스란히 감내하던 ‘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이 그동안 억눌렸던 을의 목소리를 터져 나오게 한 매개체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갑의 횡포’가 잇따라 세상에 고발되는 과정에는 인터넷과 SN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스코 계열사의 한 상무가 항공기 내에서 “라면이 맛이 없다”며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라면 상무’ 사건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항공사의 내부 문서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부 네티즌은 해당 상무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했고, 결국 기업 측의 공식사과와 상무의 사표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제빵업체 회장이 호텔에서 차를 빼 달라는 직원을 폭행한 ‘빵 회장’ 사건은 언론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지만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해당 업체 회장이 폐업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뒤에도 비판은 봇물을 이뤘다.

본사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물건을 강매하며 욕설을 퍼부은 ‘남양유업 사건’ 역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욕설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결국 남양유업은 검찰 수사라는 칼날을 맞게 됐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최근 갑의 횡포와 관련된 잇단 사건으로) 갑과 을 사이의 권력관계가 역전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인터넷과 SNS 발달은 물론 휴대전화로 녹화와 녹취가 언제든지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을이 억울함을 알리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설명이다.

설 교수는 “과거에는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게 가장 무서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갑이 을의 목소리를 힘으로 누를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을의 목소리는 집단적 분노의 양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며 “갑의 횡포에 대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다보면 신상털기 등 인권 유린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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