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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술술] 교과부 ‘영어수업 발표회’ 가보니

입력 : 2013-02-17 22:08:53 수정 : 2013-02-17 22: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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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북·역할극에 푹 빠져 어렵던 영어가 술술 유·초·중·고교 15년을 통틀어 영어만큼 난감한 과목도 드물다. 외국어이다 보니 영어에 들인 시간과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일반 학생의 경우 15년 내내 하루 3시간씩 꾸준히 영어공부를 했더라도 외국에서 1년 이상 생활한 유학생만 못한 게 현실이다. 지난해 초·중·고생 학부모가 영어 과목에 들인 사교육비는 6조4602억원. 영어 학원비로 학생 1인당 매달 8만원가량을 썼다는 얘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초 ‘제7회 영어수업 발표회’를 개최했다. 17개 시·도 교육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선정한 12개 초·중·고교 우수 영어 수업들이 소개됐다. 영어에 대한 이해와 흥미, 자신감은 물론 성적까지 끌어올린 ‘모범’ 수업들이었다.

초등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홍지연(경북 경산 정평초) 교사와 중등 부문 이수진(대전 둔원중) 교사의 교실 풍경을 들여다봤다. 모두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와 다양한 교재 활용이 최우수 수업으로 꼽힌 핵심 비결이었다.

경북 경산 정평초등학교 학생들이 홍지연 교사로부터 영어 말하기·쓰기를 위한 기초적인 어휘와 표현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3R 전략’으로 나만의 이야기 표현하기


정평초 홍지연 교사는 3년차 영어 전담 교사다. 임용 첫해인 2011년 의욕은 넘쳤고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자신과 학생들 모두 진땀을 흘리며 40분을 보내기 일쑤였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학생들 흥미에 맞지 않는 활동 위주로 수업을 했다는 것. 초등학생들의 경우 움직임을 좋아하고 경쟁형 게임을 즐기며 단순한 활동일수록 수업에 흥미를 느끼는데 이를 간과했다. 교과서의 어려운 어휘는 잘 알고 있었고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도 정확히 읽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표현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홍 교사가 1년간 학생들 수준과 관심에 맞는 수업방식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3R 전략’이다. 주변의 자료나 익히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Resourcing)하고 목표구분을 반복(Repetition)하며 자신이 아는 어휘와 결합(Recombination)해보는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누구인지 모를 브라이언, 켈리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과 친구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학생들의 학습 동기가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리소싱’ 전략으로는 ‘함께 채우는 Vocabulary field(어휘 마당)’와 ‘내가 만드는 나만의 Dictionary(사전)’를 주로 활용했다. 어휘마당은 한쪽 게시판에 ‘Feeling(느낌)’이라는 단어를 써놓으면 아이들이 각자 ‘Joy’, ‘Angry’와 같은 단어를 채워 서로의 어휘 능력을 향상시키는 식이다. 나만의 사전은 학생들이 수업에서 새로 배운 단어나 문장을 자신만의 어휘집에 채워 넣는 방법이다.

‘레퍼티션’은 EBS잉글리시 프로그램과 게임을 통해 수업 내용에 대한 예·복습을 하도록 한 것이다. EBS를 통해 다음 수업에서 배울 주요 표현을 미리 예습하도록 한 뒤 교과서에 제시된 핵심 표현을 가르치고 이어 보드게임 등을 통해 복습을 유도했다. 학습 홈페이지에 ‘한 문장으로 오늘 하루를 정리하세요’나 학생들 활동 사진에다 ‘말풍선을 채우세요’ 코너 등으로 그날 수업에서 배운 표현을 일상과 연결짓도록 한 ‘리콤비네이션’ 전략도 주효했다.

홍 교사는 “배운 표현을 토대로 글과 그림을 활용해 각자의 생활 또는 생각을 표현토록 하거나 세 단원을 마친 뒤 모둠별로 역할극을 하도록 한 활동도 아이들의 자신감 있는 표현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단계별 활동으로 영어 흥미와 자신감 쑥

이수진 교사는 1년 전 3학년 첫 영어수업 시간에 봇물처럼 쏟아진 학생들 질문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선생님, 조금 있으면 고등학교 가는데 문법과 읽기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말하기·쓰기 수행평가 대신 그냥 외우는 걸로 하면 좋겠어요. 너무 어려워요.” 영어를 ‘지겹고 어려운 과목’으로, 학원을 다니고 학습지를 풀면서 습관처럼 영어를 공부하지만 막상 말하기·쓰기는 별세계 이야기로 여기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영어에 대한 흥미, 자신감을 심어주고 현실적인 기대치도 맞춰줄 수 있을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말하기·쓰기 수행평가가 관건이었다. 일선 학교는 2010년부터 말하기·쓰기 수행평가를 시작했지만 평가는 문장 암기나 단순 영작 방식으로만 이뤄졌다. 채점하기가 까다롭고 고입을 앞둔 학생들 학습 부담을 해소해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영어교사 교과협의회는 2017∼18학년도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대비를 위해서라도 아이들 생각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는 실질적인 수행평가를 실시하자고 결론을 내린 터였다.

이 교사의 고민은 세 가지였다. 첫째,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말하기·쓰기 활동을 진행할 것인가. 둘째, 수행평가에 필요한 수업자료를 언제 만드나. 마지막으로 영어 말하기, 쓰기라면 고개부터 숙이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인가.

그는 우선 교과서 내에 있는 말하기·쓰기 과제중심 협동학습 과제를 적극 활용하고, 이어 EBSe의 각종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영작문 클리닉’ 등을 이용해 저마다의 수준에 맞는 말하기, 영작을 연습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북 만들기, 역할극, 독서감상문 등 영어 독서체험 활동과 영어 전용·체험 교실을 활용한 토론 동아리 활동 과제를 냈다.

이 교사는 “‘영어수업이 재미있다’는 응답이 지난해 3월 61%에서 10월 81%로, ‘말하기·쓰기가 자신있다’는 응답은 8%에서 27%로 늘어났다”며 “교과서와 EBS 활용, 실생활 과제로 이어지는 단계별 활동 과제를 완수한 뒤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10년 교직생활의 보람을 만끽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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