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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설립 붐] 99%를 위한 경제모델… 사회적 약자, 공생의 활로 찾다

입력 : 2013-01-14 22:15:52 수정 : 2013-01-14 22: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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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슈퍼·미화원 등 전국 설립 100건 육박
경제민주화 여파 ‘착한 성장’·고용창출 열망 원인
금융업 제외 5인 이상이면 모든 분야 설립 가능
“중앙정부 업무처리 미숙·재정 지원 부족” 여론
대리운전, 미용, 도시농업, 미화원, 택배, 북카페, 시각장애인 안마, 동네슈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한 달여 만에 전국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협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100건에 육박하는 협동조합 설립이 수리됐으며, 수백건의 설립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착한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열망이 협동조합 설립 붐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자체에서도 협동조합 관련 상담창구를 개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전국서 협동조합 설립 신고·문의 잇달아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5인 이상이면 누구나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금융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설립이 가능하다. 금융업 분야 협동조합은 고리대금업을 우려해 설립이 금지됐다.

협동조합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농업, 수산업, 신용, 소비자생활, 엽연초(담뱃잎), 중소기업, 산림, 새마을금고 등 8개 분야에 한해서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역 농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0명 이상이 모여야 하고 거주지도 제한돼 사실상 민간이 협동조합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협동조합은 중소 상공업자나 소비자가 상부상조 정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며 결성된 조직을 말한다. 크게 공공목적의 사회적 협동조합과 일반 협동조합으로 구분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사업목적에 따라 중앙부처별로 인가신청을 해야 하지만, 일반 협동조합은 광역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요건만 맞으면 간단한 절차로 설립이 가능하다. 신고필증이나 인가를 받은 뒤 출자금을 납입해 등기소에 설립 등기를 마치면 협동조합으로서 법인격이 부여된다.

지난 9일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세종시 포함)에서 설립신고가 수리된 협동조합은 총 91건이다. 서울이 2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 13건 ▲전북 11건 ▲전남 10건 ▲충남 8건 ▲광주 6건 ▲인천 5건 ▲경북 3건 ▲대구 2건 ▲대전 2건 ▲경기 1건 ▲강원 1건 ▲세종 1건이었다. 울산과 제주, 충북, 경남은 아직 수리된 협동조합은 없지만 상당수의 신청자들이 접수 및 상담을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8000∼1만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돼 일자리 4만∼5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기사도… 지난해 말 서울 중구 을지로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전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착한 성장…사회적 약자, 활로를 찾다


협동조합은 태생적으로 1% 특권층이 아닌 99% 다수를 위한 경제모델이다. 조합원들이 공동출자하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는 달리 ‘1주=1표’ 방식이 아닌 ‘1인=1표’ 방식으로 운영된다.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배당 규모도 출자금의 10%를 초과하지 못한다.

협동조합의 이런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계층과 영역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1호 협동조합은 대리운전기사 100여명이 동참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자체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조합원들이 대리운전 중 발생한 분쟁·사고의 상담과 처리를 지원한다. 또 대리운전기사들의 권익보호는 물론 음주운전캠페인, 시민 밤길 지킴이 등 공익적 활동도 수행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대형마트로부터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골목가게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이 조합은 나들가게가 주축이 된 동네슈퍼마켓 연합체로, 220개 점포가 가입해 있다.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광주와 대구, 천안, 대전에서도 동참을 유도할 계획이다.

회사의 대행계약 해지로 실직 위기에 놓인 미화원들이 자체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광주 클린광산협동조합은 미화업체 소속 직원 16명이 직접 조합을 결성해 구청과 청소대행계약을 체결했다.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이들의 정착을 돕는 협동조합도 서울, 대전, 충남, 전남, 전북 등 곳곳에서 설립 신고를 마쳤다.

미화업체 직원도… 지난해 12월14일 광주시 광산구노인복지관에서 창립총회를 가진 클린광산협동조합 조합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업무처리 혼선도”… 갈 길 멀다


협동조합 설립이 줄을 잇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각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의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지자체별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제각각이어서 여러 곳에서 조합을 설립하려는 경우 혼선을 빚고 있다. 정관을 제외하고는 정해진 양식이 없어 조합 설립을 신청하는 사람이 직접 양식을 만들어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최모(44·여)씨는 “시행 초기여서 그런지 담당 공무원들이 너무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협동조합기본법의 취지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간편하게 조합을 세울 수 있게 돕는 것이니만큼 절차를 최소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 은행권에서는 협동조합 설립과 관련한 대출을 꺼리는 만큼 협동조합을 뒷받침할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협동조합 간 자체 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분야도 (협동조합)설립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안용성 기자, 전국종합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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