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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자녀 학교 밖을 떠돈다

입력 : 2012-06-24 19:19:54 수정 : 2012-06-25 11: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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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입국 10명 중 7명 중·고교 안 다녀
왕따·폭력에 취학 포기
대안학교 등 대책 절실
서울의 한 다문화 대안학교에 다니는 J(15)군은 이전에 다녔던 학교를 떠올리면 지금도 몸서리를 친다. J군이 한국인과 재혼한 몽골인 어머니를 따라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8년. 우리말을 몰랐던 J군이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붙여진 별명은 ‘다문화’였다. 이후 놀림은 끝없이 이어졌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놀림은 ‘폭력’으로 변했고,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졌다. J군은 서투른 한국말로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운동장 구석으로 불려나가 ‘다문화가 까분다’는 조롱과 함께 흠씬 두들겨 맞곤 했다. 이후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 특히 외국에서 태어나 부모의 재혼으로 입국한 중도입국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중·고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교적 높은 연령대에 입국하는 이들은 청소년기의 갈등과 다문화가정 자녀로서의 정체성 혼란, 편견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사회의 외톨이로 전락하고 있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중고교 학령인구에 해당하는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자녀는 3034명으로 추정되며, 그중 948명이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31.2%만이 공교육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생까지 합쳐도 취학률은 57%에 불과하다. 이는 80%를 웃도는 전체 다문화가정 자녀의 취학률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문제는 공교육 밖에 있는 이들이 도움 받을 곳이 없다는 점이다. 초·중·고교 과정 이수를 인정해주는 기관으로 정부 인증을 받은 곳은 전국적으로 7곳, 정원도 580명에 불과하다.

서울다애다문화학교 이희용 교장은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는 것은 국내 외국인 진학 시스템의 잘못으로 처음부터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왕따’도 많이 당하기 때문”이라며 “대안학교를 확대해 그들이 한국인으로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규·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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