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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폭력] 연세대 신학과 정재현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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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5-02 02:06:07 수정 : 2012-05-02 0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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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가정, 학교, 직장은 물론 소통이 부족한 조직에는 다양한 방식의 폭력이 존재했다. ‘우리 안의 폭력’ 시리즈 1부를 마무리하며 기독교·천주교·불교 종교인들을 찾아가 원인과 해법을 물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타인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등을 폭력의 원인으로 꼽았다. 해결책으로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통하라’, ‘상대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대하라’는 제안이 나왔다. 2부 ‘곳곳에 박혀 있는 야만의 그림자’에서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의 다양한 양태를 다룬다.

“‘나와 같은 것은 옳은 것이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나와 같은 것은 옳은 것이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연세대 신학과 정재현(56·사진) 교수는 “타인을 자기 방식대로만 이해하려 하는 ‘타자의 자기화’가 한국 사회 폭력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다시말하면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타인과 소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학관에서 만난 정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집단주의적 폭력이 구조화돼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권위주의적인 문화의 폐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타인과 평등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권위주의적인 문화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현실과 인식 간에 괴리가 생긴다”며 “이러한 차이가 곧 ‘소통의 부재’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타인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에만 비춰 생각하면 외형적으로는 소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독백이나 다름없다”며 “타인을 자기식으로만 인식하는 구조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주의적인 사회구조도 폭력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긴장이 지속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로 폭력을 택한다는 논리다.

“폭력 가해자들은 과거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폭력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억압이 쌓여 있다가 반작용으로 쏟아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긴장이 축적되는 사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희생양을 찾게 됩니다.”

그는 “강한 다수가 희생양을 찾아 폭력을 저지르는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같은 맥락”이라며 “이렇게 희생양을 설정하는 것은 긴장의 일시적 해소는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해결은 결국 소통, 즉 타인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고 동일성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다”며“기독교에서는 인간의 뿌리 깊은 폭력과 공격성을 ‘원죄(폭력 본능)’라고 보는데, 폭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선(善)’만 추구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공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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