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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블랙아웃’ 계기 145억짜리 비상 디젤발전기 교체 논란

입력 : 2012-03-20 19:56:56 수정 : 2012-03-21 01: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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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기계 다 바꿔야” “무조건 교체는 낭비”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블랙아웃’(완전 정전) 사태를 불러온 비상 디젤발전기 교체 시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오래된 기계는 고장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30년 이상 된 발전기는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바꾸는 것은 경제적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22개 원전에 설치된 비상 디젤발전기는 총 42대이다. 이 가운데 원전의 ‘설계수명’인 30년을 넘겼거나 임박한 발전기는 모두 6대다. 이들 발전기는 이번에 솔레노이드(공기흡입) 밸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고리 1호기 2대(1978년)를 비롯해 고리 2호기 2대(1983년), 월성 1호기 2대(1983년)이다.

한수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290억원을 들여 고리 1호기의 발전기 2대를 최신형으로 교체하고 나머지는 계속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고리 원전이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0년 만인 2007년 주요 시설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실시해 연장 가동에 들어간 만큼 발전기와 같은 보조 기기도 30년 주기로 교체해야 안전을 담보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포항공대 김무환 교수(기계공학)는 “안전만을 고려한다면 애초 원전 수명을 연장할 때 발전기 교체도 이뤄졌어야 했다”며 “이는 기기에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품 교체 수월성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시민단체는 막대한 돈을 들여 낡은 기기 및 부품을 교체하느니 차라리 노후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의 양이원영 사무국장은 “비상 발전기를 포함해 수만개 원전 부품들을 고쳐서 수명을 연장해봤자 이번처럼 계속 고장나게 돼 있다”며 “노후 원전에 들어가는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과 원전 대체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비상 발전기 교체는 2010년부터 예정됐던 것으로 이번 정전 사태와는 무관하다”면서 “특히 미국 케와니(Kewanee) 원전은 가동 승인 시한이 40년으로 돼 있는 등 원전의 적정 가동 기간에 대해서도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 상황 시에만 작동하는 비상 발전기를 아무런 이상도 없는데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교체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성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비상 발전기는 한 달에 한 번씩 실시하는 성능실험을 통해 고장 유무와 교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발전기 수명이 오래됐으니 바꾸자는 말은 타이어 등을 정기적으로 바꿔 쓰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연식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통째로 바꾸자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송민섭·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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