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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급 영문 메뉴 표기안 외국인들 뜻 모르고 식당선 “금시초문” Mandoo soup, Mandutguk, Dumpling soup. 이 3개 중 만두국의 정확한 영어표기법은 뭘까. 정답은 ‘없다’. 정부가 권고하는 표기는 ‘Mandu soup’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들은 다르게 표기하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은 “정부안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외국인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9년 한식 세계화를 공언하며 한식 메뉴의 외국어 표준 권고안을 만들었지만 정작 식당들은 외면하고 있다. 정부 권고안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식당이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외국인들이 이해 못하는 정부안은 있으나 마나”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농림수산식품부 등 해당 부처는 정부안을 낸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며 사실상 손놓고 있었다.

24일 농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외국인이 한식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외국인 선호 메뉴 124개에 대해 영어·일어·중국어 권고안을 마련했다. 권고안은 국립국어원과 음식·외국어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가 검토했다. 정부는 당시 권고안을 책자로 만들어 국내외 한식당에 보급하고 더 많은 메뉴의 표준 권고안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서울의 명동과 이태원, 인사동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한식당 25곳을 확인한 결과, 모든 메뉴판이 정부 권고안과 일치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Bulgogi’(불고기)를 ‘Pulgogi’로 쓰는 등 철자법이 틀린 곳이 수두룩했고, 정부안과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식당도 있었다.

식당 주인들은 대부분 정부 권고안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태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개업할 때 아는 외국인이 메뉴를 영어로 적어줬다. 권고안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 근처에서는 각자 알아서 영어로 적는다”고 말했다. 인사동의 한 식당 주인도 “사전을 보고 적은 메뉴라 틀린 표기가 있을 것”이라며 “권고안이 있다면 홍보를 제대로 해야 바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안이 실제 외국인들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최모(46)씨는 “만두를 ‘Mandu’라고 쓰면 유럽 사람들이 이해를 못해 ‘Dumpling’이라고 썼다”며 “외국인들이 이해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캐나다 출신 한 영어강사는 “메뉴판에 ‘Roast Meat’가 있어 불고기와 다른 줄 알고 시켰는데 불고기가 나와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태원에서 만난 한 이스라엘 관광객은 “돌솥 비빔밥을 ‘Sizzling stone pot bibimbap’이 아닌 ‘Rice with assorted mixtures in a hot stone pot’이라고 해야 이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 등 문제가 있어 책자는 일부 식당에만 배포했다”며 “우리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이다. 권고안은 한식 세계화 홈페이지에 있어 업주들이 찾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나·김희원·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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