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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에… 목숨 끊은 개미들

입력 : 2011-08-20 01:15:32 수정 : 2011-08-20 01: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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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옥천서 30대 男 비관 자살
극단적 선택 사회적 문제 우려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국내 증시가 급격히 고꾸라지면서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증시 대폭락’ 때마다 벌어진 안타까운 장면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18일 오후 10시쯤 충남 아산의 한 모텔에서 정모(37)씨가 목을 매 숨진 채 119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구조대는 “정씨의 아내가 ‘남편이 죽겠다는 말을 남기고 낮에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고 신고해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정씨를 찾았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최근 주식투자에 실패하면서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충북 옥천군의 한 축사 주변에서 축사 주인 전모(37)씨가 1t화물트럭 안에서 숨져 있었다. 트럭에는 타다 만 번개탄이 발견됐다. 유족들은 경찰에서 “10년 전에도 주식투자 실패로 힘들었던 시기를 형제들이 도와줘 넘겼는데, 최근 주가폭락으로 또 3억원 이상 큰 손실을 봐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투자 실패 책임을 진 증권사 직원도 목숨을 끊었다. 지난 10일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유명 증권사 직원 서모(48)씨가 떨어져 숨졌다. 당시 서씨는 “관리 고객들의 주식이 폭락했고, 만기옵션 증권이 폭락해 손실이 컸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등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코스피가 1000선이 무너졌던 2008년에도 개인투자자와 증권사 직원 등의 자살이 잇따라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이구상 팀장은 “주식 폭락이라는 환경적 요인과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베르테르 증후군’처럼 다른 투자자들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심리적 스트레스가 클 경우 반드시 상담 치료 등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사회학)는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면 너무 쉽게 생을 마감하는 분위기가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게 큰 문제”라며 “돈이 전부인 사회가 아니라 삶에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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