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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찌아찌아 한글 지원 말뿐

입력 : 2011-04-13 17:47:34 수정 : 2011-04-13 17: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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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초기에만 반짝 관심… 한국 선생님 없고 ‘관심 뚝’
2년 지나도록 수업 겉돌아… 자칫 나라망신 당할 수도
최초 ‘한글 수출’ 사례로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 소수 종족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보급 사업이 2년여 만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바우바우시 한글 도입 결정 이후 앞다퉈 각종 지원의사를 밝혔던 정부와 학계 등의 ‘약속’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자칫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찌아찌아 한글 보급은 2008년 8월 훈민정음학회가 표기 문자가 없던 찌아찌아족과 한글 사용 및 한글교사 양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학계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교과서를 만들어 보내고 컴퓨터나 학용품을 지원하는 등 후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12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현재 바우바우시에는 한글을 가르칠 한국인 교사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까지 머물던 파견 교사 1명도 교육비자 대신 관광비자를 받아 자주 한국을 오가는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훈민정음학회 이기남 이사장은 “현재는 교사를 못 보내고 있지만 한 국립대와 연계해 앞으로는 차질없이 교사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이사장이 언급한 해당 대학 측은 “지속가능한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해 파견계획을 보류 중”이라고 말했다.

처음 한글 도입을 성사시켰던 한국외대 전태현 교수와 서울대 이호영 교수도 현재는 훈민정음학회를 떠난 상태다. 도입 전 단계부터 관여해 현지 정세 등을 가장 잘 아는 두 교수가 빠지면서 학회의 사업추진 동력이 상실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고작 6개월간 한글을 배운 현지인 한국어 교사가 학생 200여명을 혼자 가르치고 있다. 그는 “6개월 배운 한국어 실력으로 혼자서 학생들을 가르치려니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현지를 방문했던 김충일(18·청심국제고3)군은 “현지에서 한글 책을 구하기도 어렵고, 교사 한 명이 수백 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게 무척 힘들어 보였다”면서 “기본적으로 교육이 전혀 안 되고 있어서 잘못하면 지금까지 해놓은 게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고교 2년생 사리안또(17)군은 “한글을 배운 지 1년 반 됐다. 재밌고 좋다”면서 “인도네시아 선생님은 문법 같은 것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발음도 좋지 않다. 한국인 선생님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영 교수는 “현재 찌아찌아족 한글 교육과 관련해 많은 혼선과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며 “한글수업을 정식 교과목으로 만들어 한글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각계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욱·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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