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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軍에선 쫓겨나는데 권익위선 포상…”

입력 : 2011-02-25 09:26:44 수정 : 2011-02-25 09: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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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 김영수 해군소령, 25일 보국훈장 받아 “착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군 내부비리를 고발해 군에서 쫓겨나다시피한 해군 소령이 부패 방지와 청렴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공로로 25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여하는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는다.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드러낸 단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영수 소령(해사45기·사진)은 2009년 10월13일 현역 신분으로 모방송에 출연, 계룡대 근무지원단(계근단)의 납품비리를 고발했던 인물이다.

그는 “과연 받아야 하는 훈장인지…, 군에서는 내부비리를 고발하는 바람에 거의 ‘왕따’가 돼 전역을 앞두고 있는데 다른 정부기관에선 이와 관련해 포상을 한다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럽다”며 24일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계근단 납품비리 사건은 계근단 내부에서 사무용 가구업체에 분할 수의계약 방식으로 특혜를 주고 납품가를 과다 계상해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 골자다. 국방부는 김 소령의 고발 이틀 뒤인 10월15일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두 달 넘게 수사를 벌였다. 특조단은 그해 12월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범죄 혐의가 드러난 31명을 사법처리했다고 밝혔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회계·물품관리 담당자들이 조달관계 법령을 위반하고 선납, 수의계약 남발, 검수·물품관리 부실 등 전반적인 회계질서 문란 행위를 저질러 6억7000만원 상당의 국고를 낭비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군내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내부고발자였던 김 소령은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방송 출연 당시 해군대학 교관이었던 그는 방송 다음날 바로 교관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특기인 보급과 군수의 전문성을 살릴 기회를 찾지 못하고 군을 떠돌아야 했다. 2009년 12월에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에게 “해군본부 감찰실이나 국방부 감사관실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해당 부서는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국군복지단 근무 요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지난해 1월 국군체육부대로 발령이 났다. 직제에도 없는 자리였고 상관은 해사 1년 후배였다. 그해 3월에는 “허가받지 않고 현역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했다”(군인복무규율 위반)는 이유로 징계조치까지 당했다. 계근단 납품비리 사건의 여파가 잦아들던 시기였다.

“묵시적으로 군을 떠나라는 거였죠. 불의를 끝까지 파헤친다는 열정 하나로 버텼는데, 내부고발 이후 동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을 보고는 더 이상 군에 남아 있질 못하겠더라구요.”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던 그는 2013년 12월까지인 소령 정년을 채우지 않고 지난해 10월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당시 중령 진급 심사에서 계근단 비리 관련자가 진급하는 것을 목격한 것도 군에 대한 미련을 접은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현재 그는 전역 신청을 한 군인들이 사회 진출에 앞서 민간인 경험을 쌓는 직보반(직업보도교육)에 들어가 있다. 기한은 올 6월 말까지다.

“아이러니죠. 한 쪽에선 버림받고 홀대받았는데 다른 한 쪽에선 훈장을 준다니…, 더 이상 군에서 나 같은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그의 한숨에서 인생을 군에 걸었던 한 남자의 짙은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한편, 국민권익위는 국민의 고충 해결과 반부패·청렴 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기관과 개인을 발굴, 포상하는 ‘제3회 국민신문고대상’ 시상식을 25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연다고 이날 밝혔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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