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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냉대에 좌절의 삶 ‘또다른 탈출’ 위해 몸부림

입력 : 2010-11-16 02:32:13 수정 : 2010-11-16 02: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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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탈북자 2만명 시대
탈북자 넷 중 셋이 여성…생활고에 성매매 등 빠져
최근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성매매를 단속하던 경찰은 성매매 여성 중 말투가 다소 어눌한 이모(26)씨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조선족인 줄 알았다가 조사해 보니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여성이었다. 그는 업주 지시에 따라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방을 바꿔가며 손님을 상대했다. 회당 8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라며 고개를 숙였다.

자유를 찾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동토의 땅을 탈출한 사람들은 기쁨도 잠시, 높다란 벽에 가로막힌다. 국내 입국 탈북자가 2만명을 넘어섰으나 대부분이 일용직 근로자로 전전하는 등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탈북자 4명 중 3명꼴인 탈북여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탈북여성 상당수가 사회적 냉대와 취업의 어려움 속에서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범죄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15일 통일부에 따르면 연간 탈북자 입국 인원은 2002년 1000명대, 2006년 2000명대에 진입한 이래 지난 11일 2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 현재 2만50여명을 기록했다.

여성 탈북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입국한 탈북자는 10월 말 현재(잠정) 남자가 514명, 여자가 1465명으로, 여성 비율이 74%에 이른다. 탈북여성 수는 2002년 남성을 추월한 이래 최근 5개년 평균 비율이 75.4%까지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77%를 기록했다.

이는 북한 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북한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기술도 익히지 못한 여성이 한국에서 변변한 직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음식점 등에 취업하더라도 유혹의 손길이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탈북여성들 사이에서는 한달 꼬박 일해 봐야 100만∼120만원을 받는 것보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으로 머물러 있으면서도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버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풍조가 퍼져 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보험사기에 연루된 탈북여성도 많다.

지난 5월 탈북여성 100여명을 포함해 탈북자 136명이 연루된 보험사기를 적발한 서울 동작경찰서 김교일 경사는 “탈북자들 사이에 정기모임이 있는데 거기에서 어느 병원에서 진단서를 허위로 떼준다든지 하는 정보가 공유된다”면서 “보험설계사가 여성이다 보니 탈북여성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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