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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이어… 中 이번엔 ‘한글공정’ 논란

입력 : 2010-10-13 02:11:02 수정 : 2010-10-13 0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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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언어 모바일기기 입력방식 표준제정 추진
한글 주도권 뺏길 우려… 네티즌, 반대 서명운동
“국제표준 개발 등한시한 정부·기업들 자성해야”
중국 정부가 스마트폰과 PC 같은 정보기기 한글 입력 방식의 국제표준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은 “중국이 동북공정에 이어 한글공정에 나섰다”고 중국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지금껏 국제표준 개발을 등한시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12일 한국어정보학회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조선어 국가표준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휴대형 기기를 포함해 PC 키보드용 조선어 입력 표준과 소스코드, 지역식별자 등 4가지 표준 제정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한국과 북한의 의견을 수렴해 조선어 입력 표준을 개발하기로 하고 국제협력도 제안한 상황이다. 북한은 이미 10명의 연구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만든 조선어 입력 표준이 ISO 국제표준화할 경우 해외 모바일기기가 중국이 제시한 표준으로 입력 방식을 탑재한 채 국내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가 한글 표준화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는 것은 물론 한글 입력방식에 대한 사용료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네티즌들은 “엄연히 주인이 있는데, 왜 자기네가 주인행세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다음 아고라에서 중국의 ‘한글공정’을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41만여명의 폴로어(구독자)가 있는 소설가 이외수씨도 트위터에 중국의 조선어 입력 표준 움직임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중국 정부 비난에 가세했다. 이씨는 “우리가 한글이라는 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귀중함을 모르고 소홀하니 중국이라는 도둑이 이를 훔치려는 마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짱깨들아, 한글이 부럽냐. 하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무조건 니네 꺼라고 우기지 말고 그 잘나 빠진 습성을 살려서 짝퉁이나 만들어 쓰도록 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정보화시대 한글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한글공정’으로 명명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조선어는 중국 내 조선족이 사용하는 5대 법정문자 중 하나로, 중국 정부가 위구르어나 티베트어 등 다른 소수민족어에 대한 국제표준화 작업을 진행하는 사이 한국어 표준을 제시하지 못한 우리 정부와 기업 탓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방송통신학회장인 진용옥 경희대 명예교수는 “휴대전화의 경우 ‘천지인’, ‘나랏글’ 등 기업마다 고유 입력방식이 있어 단일 입력표준 제정에 해당 기업이 대단히 비협조적”이라며 “중국을 비난하기보다 우리가 주도해 정보화 기기 한글입력 표준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와 국내기업을 채찍질할 때”라고 말했다.

한글 자판 표준화 작업은 기업과 기업, 특허권자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 합의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한글 입력 방식은 휴대전화 등 모바일 정보기기 제조사마다 제각각이다.

삼성전자 ‘천지인’(국내시장 점유율 약 55%)과 LG전자 ‘나랏글’(〃 약 15%), 팬택계열의 ‘SKY한글’(〃 약 13%)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모토로라, 노키아 등 국내 진출업체도 별도의 한글입력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 방식이 채택될 경우 나머지 업체에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게다가 입력 방식과 관련된 특허를 모두 포함하면 400여개에 이른다.

지식경제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지만 최근 중단된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특허권과 관련해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수년 전부터 표준화를 시도했지만 워낙 복잡한 일이어서 번번이 좌절됐다”고 전했다.

조현일·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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