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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이 아니라 '잡지판매'로 자립하는 노숙인

입력 : 2010-06-28 17:04:26 수정 : 2010-06-28 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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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이 아니라 잡지를 팔아 자립한다.”

노숙인들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제작에도 참여하는 잡지 ‘빅이슈 코리아’가 7월 창간된다.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이래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 세계 30여국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노숙인이 잡지를 팔면 제작 원가 정도를 빼고 판매금액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노숙인 자활을 돕는 잡지다. 한국에선 올초 빅이슈코리아가 서울시에서 직원 1인당 85만원의 지원을 받는 사회적기업 선정돼 창간작업을 거쳐 다음달 5일 월간지(3만부 발행)로 첫 선을 보인다. 28일 빅이슈코리아 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노숙인 판매사원은 15명이며 이들은 창간호 제작에도 어느 정도 힘을 보탰다. 이 중 한 때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다 줄도산을 당해 거리로 나앉았던 한 50대 노숙인은 잡지의 ‘스트리트(Street) 상담실’ 코너에 직장 내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20대 청년과의 상담기를 실었다. 또 영어강사 출신의 한 노숙인은 ‘만화로 소개하는 생활영어’코너를 맡았다.

이 사업단의 진무두 판매국장은 “이 처럼 노숙인 중에는 기업체 임원이나 펀드매니저, 공무원 출신 등 의외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빅이슈 사업 취지도 ‘누구나 다 노숙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노숙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그들의 자립을 돕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 잡지가 노숙인 티를 낼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반 대중문화 잡지와 다름없다. 외국의 빅이슈만 해도 데이비드 베컴과 폴 메카트니, 비욘세 같은 유명인들이 무료로 표지 모델을 해주고, ‘해리포터’ 작가 K. 롤링이 자신의 글을 무료로 기고하는 등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판 창간호 표지에도 미국의 유명 팝스타인 레이디가가의 사진이 실린다. 진 국장은 “INSP(세계 홈리스 자립지원 신문잡지협회)에 실린 유명인들의 ‘재능기부’식 콘텐츠는 빅이슈 등 협회 소속 매체가 공짜로 공유할 수 있다”며 “일본의 ‘빅이슈 재팬’에선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들의 인터뷰나 기고문 등을 우리에게 요청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잡지 판매를 희망하는 노숙인들은 빅이슈코리아 판매국(02-2069-1135)으로 전화해 안내를 받은 뒤, 판매예절과 주의사항 등 간단한 교육을 거쳐 인증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잡지 판매가는 3000원이며 이 중 1600원이 노숙인 판매원의 몫이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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