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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녀… 루저녀… 패륜녀… 이번엔 '배신남'까지

입력 : 2010-05-29 13:59:09 수정 : 2010-05-29 13: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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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식 사이버 재판 판친다
실명·직장·부모 등 개인정보 여과없이 노출
확대 재생산 부작용… 애꿎은 피해자 양산도
‘개똥녀’ ‘루저녀’ ‘패륜녀’에 이어 네티즌들이 다시 ‘단죄’의 칼을 들었다. 이번엔 ‘배신남’이다.

지난 26일 한 네티즌이 “5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가 나를 속이고 다른 여성과 몰래 결혼하려 한다”는 글을 포털 사이트에 올렸다.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인터넷에는 공분이 일었다. 이 남성의 이름과 실명은 물론이고 직장과 부모의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공개됐다. 포털사이트 측이 삭제 조치를 하고 있으나 무차별적으로 퍼뜨려지는 글을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일부 젊은이의 못된 행동을 나무라는 취지를 넘어 ‘마냥사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네티즌 수사대를 피할 수 없다”=최근 사회적 비난을 일으킨 네티즌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사례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에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폭언을 한 이른바 ‘경희대 패륜녀’가 네티즌 비난을 한몸에 받은 데 이어 지하철역에서 사소한 말다툼 끝에 임신부 배를 걷어찬 ‘발길질녀’가 뭇매를 맞았다. 네티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당사자 신분은 물론이고 직장과 가족관계, 사진 등을 찾아내 순식간에 퍼뜨려 ‘여론법정’에 세우고 있다.

못된 행동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본격화한 건 2005년 지하철에서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이른바 ‘개똥녀’ 사건 이후다. 당시 네티즌은 이 여성의 사진을 공개적으로 퍼뜨리고 조직적으로 움직여 단시간 안에 개인정보를 알아냈다. 2008년 탤런트 최진실씨가 사망했을 당시에는 ‘사채설’을 유포한 증권사 여직원이 공개 비난을 받았다. 최씨 죽음에 대한 상실감이 네티즌을 더욱 자극했다.

지난해에는 TV 방송에서 ‘180㎝가 안 되는 남자는 루저(loser)’라고 말한 여대생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돼 해당 여대생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과도한 처벌, 엉뚱한 피해자 양산=문제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잘못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잘못에 비해 과도한 ‘처벌’이 가해진다는 점이다. 사생활 침해에 가까운 정보 노출이 이뤄지고 언어폭력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정보유통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인터넷 속성상 여론몰이를 당한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이 처벌 두려움으로 사회지도층보다는 일반인을 공격한다”며 “공인은 이런 일에 내성이 있지만 일반인은 대부분 대처 방법조차 몰라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냥사냥식 여론몰이가 애꿎은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배신남’과 이름이 같은 남자의 결혼 사진이 올려져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 경희대 패륜녀 사건 초기에도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돼 비난과 욕설을 받아야 했다. 개똥녀 사건 때도 무고한 이의 미니홈피에 네티즌 욕설이 이어졌다.

◆“처벌 수위 높이고 자성 의식 필요”=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한 사회적 반성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 교수는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식 인신공격은 ‘인격살인’이나 다름없으므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인터넷 관련 기관에서 여론재판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네티즌 자정 의식에 대한 필요성을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 개인은 살아있는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공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네티즌이 스스로 반성하길 기대하기보다는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없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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