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들 지방선거 의식해 심의 ‘차일피일’ 전국 모든 학원의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물 건너갈 처지에 놓였다. 당초 3월까지 모든 시·도의 조례를 개정하겠다던 교육당국의 방침과 달리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시·도 중 단 한 곳도 조례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현재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을 금지하고 있는 곳은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 한 곳뿐이다. 다른 지역은 교과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따라 올 3월 조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한 곳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현재 부산은 밤 11시까지, 나머지 지역은 자정까지 학원 심야교습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조례 개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상당수 교육청이 조례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마쳤지만 교육위원회가 심의를 보류하거나 위원회를 소집조차 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울산시교육위원회는 지난 19일 임시회를 열어 조례 개정안의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으며, 인천과 경기도 등도 최근 열린 교육위원회에서 심의 보류를 결정했다.
교육위는 심의 보류 이유로 “이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이 충분치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오는 6월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해 심의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원 업계의 반발이 강력한 상황에서 조례를 통과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육위원들 상당수가 6월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만큼 학원 관계자들의 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교육위원은 학원업계에 몸담고 있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3월부터 전국 학원의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통일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교과부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위원들이 학원 조례를 통과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는 만큼 선거가 끝나는 6월 이후에는 반드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 결과에 따라 조례 개정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어 교육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전국 학원을 일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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