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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묻지마' 고소…中企들 '골병'

입력 : 2008-12-25 12:18:30 수정 : 2008-12-25 12: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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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원짜리 SW 복제품 썼더니 "수억원 손해배상 하라"
경북의 부품 제조업체 M사는 지난 5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를 쓰다가 적발됐다. 얼마 뒤 모 법무법인으로부터 “형사고소는 안 할 테니 대신 합의금으로 9억원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직원 10여명에 연간 매출액이 12억원 정도인 M사엔 천문학적 금액이었다. M사 관계자는 “사정해서 합의금을 반으로 깎았지만, 당시 충격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폐업을 고민하는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기업들이 불법복제 SW 사용에 따른 고소 위협과 거액의 합의금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저작권 침해는 잘못이지만, 저작권업체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들의 과도한 합의금 요구는 원래의 단속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 따르면 불법복제 SW 단속 금액은 2006년 363억여원에서 지난해 481억여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 6월까지 237억여원에 이른다. 이는 SW 정품 가격만 따진 액수로, 중소기업들의 실제 지급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다 단속된 중소기업들은 정품을 구입하고 통상 정품 값의 70∼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별도의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 이 과정은 저작권업체 측 법무법인들이 맡아 진행하는데, 업체와 일정 비율로 합의금을 분배하는 약정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부 저작권업체와 법무법인이 형사처벌을 내세워 터무니없는 액수의 합의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SW 가격이 최대 7000만원을 호가하다 보니 합의금은 수억원 이상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처럼 불법복제 SW 단속에 적발된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합의금을 물어주는 사례가 잇따르자 한국컴퓨터사용자협회는 최근 법무법인 로고스와 ‘방어소송’ 등 법률지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회는 국내 5000여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한 컴퓨터사용자 단체다.

로고스 최진녕 변호사는 “상담해보니 300만원짜리 SW를 불법복제해 노트북에 설치했다가 단속에 걸려서 패키지 상품 구입 등 900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받은 사례도 있다”면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민·형사상 책임이 모두 가능한 데다 피해자 고소를 전제로 하는 친고죄이다 보니 합의금이 천문학적으로 높게 형성된다”고 전했다.

손승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SW는 많이 쓴다고 돈을 더 내야 하지 않는 만큼 형사처벌을 빌미로 합의금까지 받는 건 지나치고,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만 묻는 게 합당하다”며 “외국처럼 불법 복제 피해 액수가 일정 기준 이상일 때에만 형사처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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