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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뿌리는 한국… 아버지 생각하면 뭉클”

입력 : 2008-08-15 20:28:19 수정 : 2008-08-15 20: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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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주인공 김산 선생 아들 고영광씨 방한
33살 돼서야 부친 ‘항일운동’ 업적 알아
한국정부 건국훈장 수여땐 정말 감개무량
中 국적이지만 당연히 한국 선수들 응원
“한국이 진짜 나의 고향 같습니다. 이제 남북이 싸움 없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독립운동가 김산(본명 장지락·1905∼1938) 선생의 외아들 고영광(71·중국 베이징·사진)씨는 14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의 역사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열사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이 같은 바람을 밝혔다.

고씨는 국가보훈처의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행사’의 일환으로 다른 독립유공자 후손 20여명과 함께 지난 13일 한국에 왔다. 이날 독립기념관과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다는 고씨는 “한국의 역사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열사들의 모습을 보면 뭉클해진다”며 “아버지도 이들처럼 항일 운동에 짧은 생애를 바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산 선생은 미국의 여류 저널리스트 님 웨일스가 쓴 ‘아리랑’(1941년 작)을 통해 널리 알려진 무정부주의자이자 공산주의자다. 조국의 독립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중국 공산당에 투신해 항일 무장 투쟁을 전개하다, 33살의 나이에 일본 간첩 누명을 쓰고 중국 공산당에 처형당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연안파라는 이유로,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외면을 받다가 2005년 독립투쟁 공적을 공식으로 인정받았다.

김산 선생의 처형 당시 고씨는 한 살이었다. 어머니 조아평씨는 가장의 존재를 숨겼다. 성씨도 ‘장’이 아닌 ‘고려’의 ‘고’를 따 ‘고영광’이라고 했다. 고씨는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시절 33살이 돼서야 자신의 아버지가 김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고씨는 78년부터 아버지 복권을 중국 공산당에 탄원했고, 5년 만에 중국 공산당에서 “처형은 잘못된 조치”라는 답을 받아냈다.

고씨는 “사회적 상황 때문에 어머니는 오랜 시간 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문화혁명이 지난 뒤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굉장히 재능있고, 열성적인 멋진 혁명운동가였다’고 말해주셨다. 또 아버지가 아리랑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김산 선생의 업적을 인정받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한국 정부는 2005년이 돼서야 김산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고씨는 한국에서 애국장을 받을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나 감개무량했다”면서 “중국으로 돌아가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아버지의 사진을 크게 확대해 벽에 걸어놓고 훈장을 보여드렸다. 아버지가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중국에서 산 그지만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나타냈다. 고씨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라며 “2002년 해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굉장히 낯설었는데, 두 번, 세 번째 올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갖게 되고, 한국에 대한 사랑이 깊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중 국적을 허용한다면 당장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것”이라며 “지금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 내심 한국이 더 많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일 간 독도 분쟁에 대해서도 그는 “독도는 당연히 한국의 섬”이라고 강조하며 “한국 정부가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강하게 대응하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는데 ‘아주 용감하게 잘하고 있다’고 적극 지지를 보냈다”며 한국 편을 들었다. 고씨는 “두 아들도 한국 사랑이 대단하다”며 “한국어 학원에 다니고, 한국 역사를 공부하며 ‘한국 알기’에 열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서대문 형무소 등 유적지를 둘러본 뒤 19일 출국하는 고씨는 “역사를 잊지 않고 해외 독립운동 후손들을 초청하고 예우해준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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