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가 마음대로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악성코드인 ‘봇(Bot) 프로그램’에 감염된 PC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커들은 봇에 감염된 수백만대의 불특정 ‘좀비 PC’를 조종해 특정 타깃을 대규모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방치할 경우 미래 인터넷 사회의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20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인터폴과 미국·영국·일본 등을 현지 취재한 결과 중국의 경우 전체 컴퓨터의 무려 29%가 이미 봇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교한 보안시스템을 자랑하는 미국도 13%가 감염됐으며 독일(9%), 스페인(6%), 프랑스(5%), 영국·이탈리아(각 4%), 폴란드·이스라엘(각 3%)도 상당수의 컴퓨터가 감염돼 언제든지 해커들이 공격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인터폴에 따르면 해커들은 봇에 감염된 수십만∼수백만대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묶는 ‘봇넷(Bot Net)’을 구성한 뒤 스팸메일을 발송하고 특정 웹사이트를 공격해 다운시키거나 시스템 정보를 해킹하는 데 이용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국가의 보안망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본사가 미국에 있는 다국적 정보보안업체인 시만텍도 2007년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5만2771대의 컴퓨터가 봇에 감염돼 활동을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유럽의 정보보안을 다루는 네트워크정보보안청(ENISA)은 지난해 ‘봇넷―소리 없는 위협’이란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컴퓨터 수 증가에 따라 컴퓨터의 봇 감염도 더 늘어나고 있다”며 “봇넷은 정부·기업·개인 컴퓨터 사용자들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역시 봇넷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따르면 2008년 6월 현재 전 세계 봇 감염 추정 PC 중 9.9%가 국내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봇넷은 단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인터폴 관계자는 “최근 A국의 주요 기업 서버에 한꺼번에 대량 접속하는 봇넷 공격이 발생했는데, 봇넷 마스터와 좀비 PC가 15개국 이상에 퍼져 있었다”며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당시 한국에서 6∼7개의 봇넷 마스터가 있었다”고 밝혔다. 봇에 감염된 컴퓨터의 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다 우리나라도 봇넷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대책 마련과 유기적인 국제 공조가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리옹·워싱턴DC·도쿄=이진경·김정필·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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