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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애니메이션산업 메카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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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19 09:44:33 수정 : 2009-03-19 09: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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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강원정보문화진흥원 박흥수 원장
“고향을 위한 마지막 봉사 기회로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춘천이 애니메이션 산업의 메카가 되는 그날까지 앞만 보고 달려가겠습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 박흥수(74) 원장의 춘천 사랑은 남다르다. 춘천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며,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갈 때 묻힐 고향 땅이다. 여생을 고향의 발전에 바치겠다는 박 원장은 애니메이션 산업을 춘천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박 원장은 50년 만에 돌아온 고향 땅이 애니메이션 산업으로 우뚝 서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일 때까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일하겠다는 경영방침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지난 1월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지는 강추위에도 최소한의 난방만 가동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사무실에서도 오리털 점퍼를 입고 일을 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한여름에는 사무실에서 에어컨은 물론 그 흔한 선풍기도 틀지 않고 버텼다고 했다.

“내가 겨울철에 따뜻하게 난방을 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직원들에게만 권장 실내 온도를 지키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손님이나 바이어가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난방이나 냉방을 하지 않고 있어요.”

박 원장은 구두쇠 같은 알뜰함으로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을 이끌고 있다. 진흥원을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고 말겠다는 고집스러운 운영 방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철저한 경영으로 국내 진흥원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기조를 이뤄냈다.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자 다른 시·도 진흥원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박 원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을 떠났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후 곧바로 미국으로 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에서 평생을 살아온 박 원장은 2002년 말 강원정보문화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박 원장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을 지낸 뒤 고교 동창인 당시 배계섭 춘천시장에게서 대학과 방송국 근무 경험을 살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기틀을 다져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고 고향행을 택했다.

서울 생활을 접고 춘천으로 온 가장 큰 이유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 발전을 위해 평생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와 교수·방송국 사장 때 터득한 노하우를 아낌 없이 쏟아 부어 인생의 후반기를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다.

◇박흥수 원장(사진 왼쪽)이 직원들과 함께 창작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있다.

박 원장은 강원정보문화진흥원 원장에 취임하자마자 내부 정비부터 시작했다. 고임금 저효율의 조직을 과감히 변화시켰다. 우선 원장 봉급을 70% 정도 줄였으며,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인상하지 않고 있다. 박 원장의 봉급은 평직원 수준이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성장동력을 애니메이션 산업에 두었다. 여기에 영상과 사이버교육 등 정보기술(IT)과 문화기술(CT)을 접목한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EBS 사장으로 근무할 때 많이 접한 만화영화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동시에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특성을 파악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중점 추진 사업이 탄력을 받자 20명도 안 되던 직원이 현재는 정규 및 프리랜서를 합해 270여명에 이를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성과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하청 제작에 머물던 수준에서 벗어나 국내 유일의 창작 애니메이션 개발체제를 구축하면서 자체 창작 애니메이션도 ‘각시탈’과 ‘폼폼’, ‘구름빵’ 등 5편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1000만달러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인천공항 국내홍보영상물을 3년 동안 제작할 수 있는 계약권을 따내는 등 땀을 흘리며 경영한 결과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내 진흥원 가운데 자립경영을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4년 이내에 1000억원 매출과 1000여명을 고용하는 첨단문화산업단지를 조성하겠습니다.”

박 원장은 춘천시 서면에 애니메이션과 영상산업의 중심지가 될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19만6200㎡의 부지에 들어서는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에는 애니메이션 창작개발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면은 단지 조성이 마무리되면 기존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어우러져 애니메이션 국내 산업의 메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창작애니메이션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는 동북아 최대 산업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 박 원장의 포부다.

박 원장은 국내에서 유일한 애니메이션 박물관 사업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춘천과 서울을 잇는 복선전철과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연간 관람객 100만명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원장은 산업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시간만 나면 현장에 나가 조경수를 고르고 직접 심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교수와 방송사 사장으로 재직할 때와 달리 얼굴은 검게 그을렸지만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이 점점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고 박 원장은 말한다.

‘이모작 인생’을 살고 있는 박 원장은 점심 시간을 아끼기 위해 햄버거를 먹으며, 틈만 나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회의를 한다고 직원들은 귀띔했다. 사무실에서는 시간만 나면 각종 원서를 쌓아 놓고 읽고 있다. 책에서 얻은 귀중한 정보는 곧바로 직원들에게 전파된다. 교수 시절 몸에 밴 ‘연구’와 ‘교육’이 진흥원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 원장은 깐깐하고 빈틈없는 성격이지만 격식을 차리지 않고 소탈해 믿고 따르는 부하 직원들이 많다.

박 원장은 지난해 3월 서면의 23개 마을 이장이 모인 자리에서 산업테마파크가 조성되면 춘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지역에 엄청난 경제적·문화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거라고 설명했다. 그 이후 이장들이 조경수로 써달라며 소나무와 유실수를 기증해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 마을 출신인 한승수 총리와 이광준 춘천시장도 직접 선산의 소나무 등을 기증해 조경수 100%를 기증받은 나무로 심었다.

박 원장은 “춘천을 애니메이션 한류타운으로 조성해 국내외 가족단위 관광객이 북적이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고향이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영상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춘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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