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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블로고스피어] 의사 블로거 양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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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6-11 11:22:18 수정 : 2008-06-11 11: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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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경험 바탕으로 쓴 의사 정보 '생생' 아플 때 인터넷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병원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뇨기과 전문의 양광모(32)씨의 의학정보 블로그 ‘헬스로그’(www.healthlog.kr)는 다르다. 환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오해를 풀어주는 과정에서 쌓인 생생한 경험담이 풍성하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양깡’이란 별명으로 더 알려진 양씨는 얼마 전 ‘헬스로그’를 팀블로그로 개편했다. 더 많은 의사를 필진으로 참여시켜 다양한 의학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헬스로그’는 어느덧 하루 평균 방문자가 1000명이 넘는 인기 블로그로 성장했다. 양씨는 현재 경남 창녕군 부곡면의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 중이다. 아내와 아들은 부산에 살고 있는 ‘주말부부’다. 복무만료를 1년 남짓 앞둔 그를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팀블로그를 표방하고 나섰는데.

“혼자보다는 폭넓은 정보를 줄 수 있다. 비뇨기과, 산부인과, 내과, 성형외과, 정신과 의사에 치과 의사와 약사까지 20여명 된다. 각 분야의 전문성 있는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한 달에 한 개씩만 써도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지금은 거의 나 혼자 쓰고 있지만….”(웃음)




―필진은 어떻게 섭외했나.

“처음엔 친한 친구들 위주였다. 인터넷에서 개인 블로그로 활동하던 분들도 있다. 기존 개인 블로그엔 사적이거나 가벼운 이야기를 쓰고 팀블로그는 일종의 의학정보 웹진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로 설명해 참여시켰다.”


◇공중보건의 양광모씨가 운영하는 건강 전문 팀블로그인 ‘헬스로그’ 웹페이지의 한 화면.

―블로그 운영 수익은 얼마나 되나.

“광고가 전부인데 클릭 수가 많아야 그나마 수익이 생긴다. 연말에 팀원 회식비 정도 마련하는 게 목표인데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웃음)

요즘 SBS ‘외과의사 봉달희’, MBC ‘뉴하트’ 등 의사들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누리면서 의사 집단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처음엔 고생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고수익과 명예가 보장되는 전문직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양씨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왜 의사를 선택했나.

“고교 때 멋모르고 정했다. 생물학 등 과학 과목을 좋아했는데 특히 해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의대 들어가니 어릴 때 생각과는 많이 다르더라.”

―뭐가 다른가.

“아예 생각도 못한 부분이 많다. 진료와 책임, 그에 따른 스트레스 등…. 밖에선 ‘멋있다’고 하는데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직업이다. 스트레스도 많다.”

―여러 전공 가운데 비뇨기과를 택한 이유는.

“비뇨기과 하면 흔히 남자의 성(性) 관련 질병을 떠올리는데 그건 일부에 불과하다. 그 외의 질병이 90% 이상이다. 기본적으로 외과 계열이지만 내과 질환도 동시에 볼 수 있다. 일부 처치 과정은 참 드라마틱하다. 간단한 치료만으로 환자가 거짓말처럼 좋아지는 것을 보면 쾌감을 느낀다.”

현재 양씨가 근무하는 곳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어려서부터 도시에 익숙한 그에게 시골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건강을 주제로 전문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공중보건의 체험에서 비롯됐다.

◇의학정보 전문 팀블로그인 ‘헬스로그’를 운영 중인 공중보건의 양광모씨가 자신의 근무지인 경남 창녕군 부곡면 보건지소 진료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농촌 현실을 접해보니 어떤가.

“전엔 막연히 ‘농촌이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젊은 사람이 너무 없다. 할머니 손에서 크는 아이들이 많아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지나치게 약, 주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약이나 주사 대신 좀 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농촌의 여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농번기에는 바쁘니까 아파도 보건소에 못 온다. 자연히 약물 남용이 심각하다. 의사로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의사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환자의 마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양심’과 ‘인심’ 사이에서 고민한다고나 할까.”

―그게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인가.

“2007년 3월 건강에 대한 주제로 전문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의 장점은 글쓴이와 독자 간에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분들에게 블로그로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블로그 아이템은 어떻게 찾나.

“환자들의 질문을 들으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일례로 ‘주사를 꼭 맞아야 한다’는 관념이 있다. 감기처럼 경미한 질환은 약만 좀 먹으면 충분히 낫는데도 꼭 주사를 요구한다. ‘그래야 빨리 낫는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환자들과 대화할 때 그런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설명하고, 그걸 정리했다가 나중에 블로그 아이템으로 활용한다.”

인기 블로거들은 블로그 콘텐츠를 책으로 펴내 짭짤한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양씨는 당장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의사의 글은 여행, 요리 등 취미 생활과 달리 사람의 목숨에 관한 것인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그는 블로그코리아와 손잡고 건강에 관련된 여러 직업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도 참여하는 메타블로그 개설을 추진할 생각이다.

―‘건강 메타블로그’를 구상한 배경은.

“의사들끼리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또 여러 의사와 환자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국가가 나서서 믿을 수 있는 의학정보를 유통시켜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각 기관이나 병원의 의학정보 데이터베이스(DB)가 서로 따로 노니 통합검색이 안 된다. 미국의 경우 정부 주도 아래 ‘메드라인 플러스’(Medline Plus)라는 쉽고 자세한 질병관리 DB가 구축돼 있다. 우리도 검색을 하면 모든 의료기관이 보유한 정보가 쫙 나오도록 해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건강 메타블로그’의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그 다음이 신뢰성 있는 콘텐츠의 선별 작업이다. 세번째로 공중보건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이슈가 있을 때 우리 ‘건강 메타블로그’를 방역정책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과 대화나 협의가 가능하리라 본다.”

―동료 의사들의 반응은.

“정부든 의사협회든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하더라. ‘수고한다’거나 ‘나도 참여하겠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블로고스피어에 대해 한말씀 해달라.

“블로그는 와인에 비유할 수 있다. 와인은 항상 똑같은 맛이 아니고 똑같은 질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블로그도 개인의 일상부터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까지 스펙트럼과 신뢰도가 다양하다. 적절한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면 향후 블로고스피어가 더 많은 양질의 글로 채워질 것이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보은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76년 5월18일 부산 출생

●2001년 연세대 원주의과대 의학과 졸업

●2001∼2002년 세브란스병원 인턴과정 수료

●2002∼2006년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수료

●2006년∼현재 공중보건의 복무

●가족: 아내와 두 아들

●수상: 2007년 티스토리 우수블로거, 다음 블로거뉴스 블로거기자상(장려상)


양광모가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가급적 꾸준히 글을 쓴다.

2. 읽기 쉽게 단락을 나눈다.

3. 이해하기 쉽게 그림과 그래프를 활용한다.

4. 댓글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5. 관련글 등 링크를 잘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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