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병적 구태 벗고 큰 정치 해야
정치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는 ‘좋은 사회’(Good Society) 구현을 목적으로 하며 다수의 중산층이 일반이익에 근거해 통치하는 정체(polity)를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라고 규정했다. 고대 그리스의 158개 도시국가를 누가 통치하며 누가 그 통치이익을 받는가를 경험적으로 비교 분석해 얻어낸 결론이 2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민주정치를 논하는 데 하나의 명제가 되고 있다.
민주화 4반세기 한국정치의 목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정치지도자가 선출되고 그 지도자는 다수 국민을 위해 통치하는 정체야말로 정치적 안정과 사회경제 발전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즉 국민 다수가 진정으로 원하는 정치가 좋은 정치요, 민주정치의 요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인은 대세를 따르고 대세에 맞는 시대정신과 시대과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정치는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온갖 정치공세와 선동적 행위에 휘말려 있다. 여야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량으로서 이행해야 할 의정활동을 도외시하고 사사로운 정치적 기회만을 노리며 대권가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에 집착하고 있다.
여권은 대통령후보 경선규칙 논쟁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 채택을 주장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박에 대해 많은 사람은 의아해하고 있다. 특히 여론지지도에서 저조한 후보가 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혹시 경선제도 변경을 통한 기회를 엿보기 위한 것이라면 이것 역시 대세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모한 행동에 불과하다. 국민경선제는 이미 4·11 총선 후보선출 과정에서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사례에서, 그리고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사건을 계기로 그 신뢰도가 실추됐다. 동원 및 조작이 용이한 한국정치에서의 국민경선제는 대세를 왜곡하는 위선적 민주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은 야권대로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야권 내 후보로는 대선경쟁이 여의치 않아 외부 가능한 인사와의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개정치를 펼침으로써 대선 후보 단일화의 결과도 모호해졌다. 아마도 안 원장은 무조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려는 야권정치인과는 달리 국민적 대세를 가늠하고 있는지 모른다. 국민적 대세에 대한 판단에 따라 직접출마, 단일화 수용, 불출마 원조정치, 차기대선 준비, 탈정치 등의 정치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대통령후보 단일화 노력이 6·2 지방선거와 10·1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정치는 민주화 이후 요동을 쳤다. 민주화운동의 대세는 1987년 서울의 봄을 불러왔고 군사독재 기득권세력의 반동으로 노태우 정부가 연명했으며, 여권 내 야당세력의 잠식으로 김영삼 문민정부가 태동했다. 또한 소외계층과 지역연합의 정권교체 대세로 김대중 국민의 정부가 탄생했으며, 민주화 주역의 386세대와 서민에 의해 노무현 참여정부가 성립됐고, 진보 좌클릭에 저항하는 보수 세력의 결집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현했다.
그동안 좌우로 진동한 한국정치의 향방이 12월 대선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이념적 양극화의 정쟁에 시달리고 경제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이 원하는 시대의 정신과 과제를 대변하는 정치지도자가 승리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발전을 위해 정치인은 소아병적 정치 구태로부터 벗어나 큰 틀에서 대세를 판독하고 그에 따라 큰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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