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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통신망 중립성 확대가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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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28 20:41:53 수정 : 2009-10-28 20: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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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특정 망 사업자에 종속

떠밀려 가기보다 적극 수용을
권영선 KAIST교수·경제학
현재 국내외 통신산업은 역동적 변화 과정에 있다. 유무선 통신망 융합 및 결합 서비스와 유무선 통신기업 합병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유무선 통신망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검색엔진, 포털, 온라인 게임, 길안내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그 결과 유무선 통신망은 새로운 서비스 제공의 기반시설이 됐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기초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동시에 망 사업자의 독과점적 행태를 규제하고 망의 비차별적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망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통신산업에서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에 문제점을 초래하지 않는 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 및 망 이용자에게 네트워크 접속 서비스가 비차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통신망에서 망 중립성 개념이 가장 잘 적용된 망은 유선전화망이다. 이용자는 마음에 드는 전화기를 구입한 후 벽에 있는 연결장치에 전화선을 꽂은 뒤 가입신청을 하면 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거래 회사를 바꾸어도 전화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아무 컴퓨터나 사서 인터넷 서비스 가입 후 망에 연결하면 된다. 컴퓨터가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종속돼 있지 않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도 생산자에게 종속돼 있지 않다. 이처럼 종속성이 없으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생산자 눈치 보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창의적으로 개발하면 되고, 컴퓨터 생산자와 전화기 생산자는 망 사업자 눈치 보지 않고 보다 좋은 컴퓨터와 단말기만 만들면 된다.

그러나 현재 무선통신 세상을 보면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단말기가 특정 망 사업자에게 종속돼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통신회사를 바꾸면 전화기를 바꾸어야 한다. 음악 CD를 정식으로 구매했음에도 내 전화기에 좋아하는 음악을 옮겨서 재생할 수 없고, 특정 망 사업자를 통해 다시 구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신산업의 이러한 종속구조가 해소되지 않고는 중장기적으로 우수한 통신망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키는 데 있어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기 어렵다. 망 중립성이 가장 잘 적용된 유선전화망에서도 통신사업자의 힘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때가 있었다. 미국에서 1984년까지 사실상 독점적 통신사업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했던 AT&T는 한때 전화번호부 및 전화기의 생산에서 유선전화 서비스 제공까지 수직적 가치사슬 체계를 전부 장악했었다.

그러나 현재 유선전화망은 어느 통신망보다도 개방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저절로 발생한 것은 아니고, 역사적으로 창의적 기업가들이 독점기업의 폐쇄적 망 구조에 대해 꾸준히 도전하고 정부가 적극 개입한 결과 얻어진 성과다.

역사적으로 보면 통신망뿐만 아니라 철도, 항만, 전력 등 모든 네트워크는 폐쇄된 망에서 보다 개방되고 표준화된 망으로 진화·발전했다. 망 중립성의 확대가 필연이라면 떠밀려 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자유시장 경제제도에서 자기 자본을 투자해 망을 구축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에 폭넓은 망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시장 경쟁을 통해 통신기업이 자발적으로 망 중립성을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3개 통신사업자 구조로 진화해 가는 지금 망 접속 서비스만을 비차별적으로 제공하는 도매전문 통신사업자를 진입시켜 망 중립성과 경쟁을 동시에 촉진할 필요가 있다. 망 중립성 의무가 부과된 도매전문 통신사업자에게는 특히 주파수 할당 대가를 감면해 시장 진입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권영선 KAIST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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