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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유비쿼터스 사회’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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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02 20:41:03 수정 : 2009-09-02 20: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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質안좋은 비싼 서비스 수요없어

가까운 미래 다시 햇빛 보게 돼
권영선 KAIST교수·경제학
우리는 잘 알고 있는 영어 단어이나, 정작 영어가 국어인 미국 사람은 잘 모르는 단어를 하나 얘기하라면 ‘유비쿼터스’를 꼽을 수 있다. 유비쿼터스는 라틴어에서 온 단어로 여기저기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19세기 신학자들이 신의 초월적 능력을 서술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단어이기 때문에 미국인에게도 익숙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 사회가 유비쿼터스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는 주장이 정보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에 의해 제기되기 시작했고 한때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유행어가 됐었다.

유비쿼터스가 이렇게 김빠진 단어로 변했음에도 정보기술이 앞선 국가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인 우리나라의 실상을 잘 살펴보면 이제야 유비쿼터스 사회의 초기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통신업계에서 사용되는 유비쿼터스 사회는 사람들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항상 정보 네트워크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찾고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미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에 따라 기술적으로는 상당 수준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현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첨단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는 아직 너무 비싸고, 설사 첨단 통신 서비스의 가격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통신 서비스를 통해 사용할 만큼 부가가치 높은 정보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질도 안 좋은 비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이미 진부해질 대로 진부해진 유비쿼터스 사회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고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유비쿼터스란 단어는 먼지 낀 서가에 처박힌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국제적으로 나타나는 사회·경제적 현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자 생전에 다시 인구에 회자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던 이 용어가 어쩌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햇빛을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비쿼터스 단어의 부활을 가져올 수 있는 첫째 징후는 에너지 고갈과 지구온난화이고, 둘째 징후는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과 바이오 테러의 가능성이다.

에너지 고갈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색’ 이라는 단어가 안 붙은 말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에너지 고갈은 결국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유발할 것이고, 각국은 현재의 에너지 고소비 사회·경제체제를 에너지 저소비 사회·경제체제로 전환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새로운 전염병이 지구 전역에 대유행하기 시작했고, 많은 전문기관이 독성 높은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을 예측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바이오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등장했던 모든 신기술이 그러했던 것과 같이 이 신기술은 잘 쓰면 맞춤형 백신을 생산해 낼 수도 있으나, 이미 출판된 공상과학 소설에서와 같이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처럼 가까운 미래에 대두될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분산된 사회·경제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분산된 사회·경제구조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현상에는 재택근무와 재택학습 등이 있고, 이 같은 변화는 변화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직업군과 사회 영역에서부터 시작돼 나갈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분산된 경제사회는 유비쿼터스 통신기술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사회이다. 이제 우리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통신기술, 컴퓨터 및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뿐만 아니라 필요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권영선 KAIST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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