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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통사범 사면 ‘득’보다 ‘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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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7-28 21:00:02 수정 : 2009-07-28 2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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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선 KAIST 교수·경제학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발생한 고질적 병폐 중 하나는 김영삼 정부 이후 반복되는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 조치다. 1995년 이후 정부는 평균적으로 약 3년마다 한번씩 생계형운전자가 빨리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 조치를 실시했다. 한승헌 KAIST 교수 등이 최근 발표한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정책 효과 분석’에 따르면 사면 조치 이후 교통사고 건수가 사면 조치 이후 첫 해와 둘째 해에 각각 3%, 5%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면 조치 때문에 사면 이후 2년간 추가 발생한 사망자 수는 570여명, 부상자 수는 3만여명으로 추정됐고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 조치는 이처럼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 정책이다.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정책이 이처럼 비효율성을 유발하는 이유는 현행 도로교통법에 규정돼 있는 불법운전자 행태교정 조항을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로교통법에는 교통법규 위반자로 하여금 일정기간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규정돼 있고, 교통법규 위반의 정도에 따라 운전면허 재취득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정책은 교통사고를 내도 재수만 좋으면 사면을 받고 다시 운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법규 위반자가 갖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회뿐만 아니라 운전자 자신에게도 더 큰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실시돼온 정책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서민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8·15특사에서는 생계형운전자로 대상을 좁히려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으나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최선은 교통법규 위반자 사면정책을 영원히 어느 정권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정말 걱정하는 것이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저소득층을 돕는 것이라면 사면정책을 남발하기보다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운전면허 재취득 제한기간을 일반적으로 하향조정하면 된다.

또한 저소득층을 정말 돕고 싶다면 이와 같은 자원봉사기간 동안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주면 좋을 것이다. 운전자의 불법운전 행태를 교정하기 위한 조치는 소득수준,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이럴 때 법치주의도 살고 서민도 산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창의적으로 정책을 실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권영선 KAIST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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