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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칼럼] 인재 선발의 3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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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29 20:19:50 수정 : 2009-03-29 2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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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열정·봉사정신

‘문제푸는 기계’론 미래 암담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석좌교수
사회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사람의 이력을 살펴보면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교 시절에 1등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아마 성공을 만들어 주는 요소와 시험 성적 사이에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험 성적 1등이 사회생활 1등과 관계가 적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간다. 연구를 주로 하는 대학사회에서도 이러한 가설은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고교 졸업 때 학력고사 전국 1등을 했다는 분들이 간혹 있다. 호기심이 발동해 현재의 활동을 눈여겨보게 된다. 현재의 활동이 과거의 영화에 버금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험 성적이란 것이 20년 후의 성공 여부를 결정해 주는 요소와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학교에서도 새로운 성공의 요소를 찾아서 그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길러야 할 것이다.

성공을 위한 요소 중에 첫째는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일을 만나면 이것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능력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어야 복잡한 사물을 이해하고 독창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어제 하던 것과 다른 것, 남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습관으로서 21세기를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어제 하던 일만 반복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둘째는 사물에 대한 ‘열정’이다. 어떤 일을 접할 때 이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즐거이 몸과 마음을 바쳐 해결해 내고자 하는 마음 자세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잠도 자지 않고 밥 먹는 것도 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기어이 해내고야 만다. 아무리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지 못한다.

셋째는 ‘봉사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누가 나를 도울 것인가. 당연히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봉사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간다. 즉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즉 리더십은 바로 봉사정신에서 나온다.

이제 우리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해진다. 위의 세 가지 성공요소를 갖춘 인재를 발굴해 기르면 교육의 성공이고 사회의 성공이다. 위와 같은 성공요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학생을 기른다. 사교육에 의해 문제 잘 풀도록 훈련받은 학생을 인재라 착각하며 선발해 우대하며 공부시키고 있다.

새벽에 집을 나간 학생이 방과후 여기저기 학원을 돌아 자정이 가까워 집에 들어오면 창의성과 열정을 갉아먹는다. 어떤 고등학교는 아침 일찍 학생을 깨워 교실에 들여보낸 후에 기숙사 문을 잠근다고 한다. 학생들은 학원과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마치고 자정에야 기숙사 방에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집단 훈련소’다.

어느 과학고를 방문했다가 오후 5시에 학교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학원 버스를 보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꼈다. 저런 학생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긴다고 생각하니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희망을 주는 소식도 있다.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오후 4시가 되면 모든 수업을 마치고 자유 시간으로 한다고 한다. 한창 발랄한 학생들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어떤 일을 할까. 낮잠 자는 사람도 있고 공상하는 사람도 있고 책을 읽고 실험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를 보고서 시간 낭비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는 가운데 꿈이 길러지고 미래 국가를 먹여 살릴 아이디어가 싹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너무 조급한 것 같다. 우리 모두 잠시만 멈추고 자식과 학생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사랑하는 내 자식에게 헛고생시키는 일을 그만두자. 성공으로 인도하는 창의 열정 봉사가 있지 않은가.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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