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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회복의 날” vs “굴욕의 날”… 갈라진 日

입력 : 2013-04-29 10:11:13 수정 : 2013-04-29 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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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회복의 날 기념식 ‘군국주의 망령’
행사 막바지 일왕 퇴장때
참석자들 “천황폐하 만세”
일본 정부가 연합군 점령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발효 61주년인 28일 도쿄 헌정기념관에서 ‘주권회복 기념식’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키히토 일왕 내외와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아베 내각이 오키나와(沖繩)현 등의 반발에도 기념식을 강행한 것은 전후체제 탈피와 개헌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이 이웃 나라들을 침략한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인사말에서 “(일본이) 지금까지 걸어온 족적을 생각하며 미래를 향해 희망과 결의를 새롭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념식사에서 ‘자랑스런 일본’, ‘강한 일본’ 등 내셔널리즘을 부추기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행사 막바지 아키히토 일왕이 행사장 밖으로 나가려 하자 한 남성의 선창에 따라 갑자기 양손을 치켜들며 “천황(일왕) 폐하 만세”를 외쳤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만세삼창에 아베 총리, 중·참의원 의장과 국회의원들이 가세하자 일부 참석자는 당혹스러워 했다. 만세삼창은 전후 공식 행사에선 거의 사라진 것으로, 우경화하는 일본 사회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민영방송 TBS는 오키나와현 관계자가 “정부는 (기념식을) 축하 행사로 치르지않겠다고 했는데 (축하 행사처럼 만세삼창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고 전했다.

사민당과 공산당 등 일부 야당은 찬반이 엇갈리는 기념식에 일왕 내외를 참석하도록 한 것은 “국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불참했다. 오키나와현에서는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지사 대신 부지사가 참석했다.

오키나와 기노완시 해변공원에서는 오키나와 현민 수천명이 정부의 기념식 개최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오키나와는 조약 발효로 본토와 분리돼 미국의 시정권에 놓여 있다가 1972년에야 반환됐다. 이 때문에 오키나와 주민들은 강화조약 발효일을 일본에 버림받은 ‘굴욕의 날’로 여긴다.

오키나와뿐 아니라 일본 곳곳에서 ‘주권회복의 날’과 관련해 마찰이 빚어졌다. 이날 도쿄에서는 시민단체와 정치단체들이 정부의 행사 개최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집회를 잇달아 열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이 들썩이는 것은 주권회복 기념식이 우익의 전후체제 탈피 명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우익은 4월28일에 ‘주권회복일’의 의미를 부여하고 1997년부터 민간 차원의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당시 집회 취지서에서 현행 헌법을 ‘점령군 즉석 헌법’으로 폄훼하고 일제가 벌인 전쟁을 ‘성전’으로 묘사하는 등 우익적 사고를 드러냈다. 아베 정부가 이번 행사를 밀어붙인 것은 개헌을 위한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중이 일본의 우경화에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2011년 울릉도 방문 시도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나다 도모미(稻田明美) 행정개혁상도 이날 아베 내각 각료로서는 4번째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나다의 신사참배는 최근 한국과 중국의 ‘압력’에도 계속 신사참배를 강행하겠다는 일본 보수 우익의 ‘도전적 참배’ 성격이 짙어 파장이 예상된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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