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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토크] 베일 벗은 하루키 신작… 日 열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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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14 15:58:35 수정 : 2013-04-14 15: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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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전국서 일제 발매
절교 당한 이유 찾아 떠나는 내용
서점가 '하루키스트'들로 북새통
“대학 2학년 7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는 것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이 기간 20세 생일을 맞았지만 특별히 어떤 의미도 갖지 못했다.”

이렇게 시작하는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사진)의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가 12일 베일을 벗었다. 하루키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에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하루키의 신작은 대학 2학년 때 갑자기 친구들에게 절교를 당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나고야 출신 철도회사 직원 다자키가 여자친구로부터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충고를 듣고 16년 전 절교당한 이유를 찾아 ‘순례’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하루키의 새 책은 이날 전국에서 일제히 발매됐다. 열성팬인 ‘하루키스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서점을 찾았다. 신주쿠의 기노쿠니야 본점에서 책을 산 40대 남성은 “언론과 주위에서 워낙 관심을 보여 사지 않을 수 없었다”며 “빨리 읽고 친구들과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10권씩 사는 이도 눈에 띄었다.

서점가는 ‘하루키 특수’로 분주했다. 산세이도(三省堂)서점 도쿄 유라쿠초점이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7시로 앞당기는 등 많은 서점이 일찍 문을 열거나 하루키 특설코너를 마련했다. 책을 탑 모양으로 쌓아 놓고 파는 ‘타워 만들기’ 이벤트를 벌이는 곳도 적지 않았다. 시부야구 쓰타야서점이 이날 오전 0시4분 실시한 ‘새벽 판매’에는 140여명이 몰렸다.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소설을 출간한 분게이슌주(文藝春秋)는 발매도 하기 전에 이미 3차례 증쇄해 초판을 50만부나 찍었다. 2009년 5월 발매된 전작 ‘1Q84’ 초판은 48만부였다. 인터넷 예약판매도 11일 만에 1만권을 돌파했다. 전작 ‘1Q84’보다 하루 빠른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출판사 측은 “50만부에 그치지 않고 이번 주말 판매가 더 늘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키 열풍이 거센 것은 무엇보다 출판사의 신비주의 전략이 주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소설이 발매되기 전에 알려진 것은 “단편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집필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길어졌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거의 전부였다. 후쿠다 가즈야(福田和也) 게이오대 교수는 “‘1Q84’ 등과 같이 사전에 정보가 매우 제한돼 있어 팬들의 기대가 점점 부풀어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주제의 보편성과 평이한 문체도 한몫했다. 후쿠다 교수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많이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도쿄 시민들이 12일 신주쿠의 기노쿠니야(紀伊國屋)서점 본점 앞에 설치된 무라카미 하루키 특설코너에서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를 살펴보고 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한국 출판사들의 판권 획득 경쟁도 뜨겁다. ‘1Q84’가 지금까지 200만부가 팔릴 정도로 하루키 작품은 국내에서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현재 10여개 출판사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치게 높은 선 인세 경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1Q84’는 1억엔(약 11억원)을 제시한 출판사도 판권을 따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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