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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채소다” … 美의회의 ‘꼼수’

입력 : 2011-11-19 06:45:10 수정 : 2011-11-19 06: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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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비만과의 전쟁’… 학교 급식메뉴서 추방 선언
농가·피자제조업계 초비상… 토마토 페이스트 포함 내세워… 농민표 의식 ‘채소 대우’ 관철
‘피자는 채소다?’

피자를 학교 급식에 포함할지, 뺄지를 둘러싼 미국의 피자 논쟁에서 피자가 채소로 공인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손을 들어준 곳은 미국 의회다. 쓰라린 패배를 맛본 쪽은 ‘피자 추방’을 외치며 비만과의 전쟁을 지휘했던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다.

미 상·하원은 초·중학교 점심 식단에서 피자가 계속 ‘채소’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안을 17일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와 의회가 피자의 지위를 놓고 벌인 1년여의 싸움이 의회 승리로 결판난 것. 미 정부는 피자 원료를 생산하는 농민의 표를 의식한 의원들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한 셈이다.

미국의 피자 논쟁은 비만과의 전쟁을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 취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쟁의 총사령관은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맡았다. 미셸은 “미국 아동의 3분의 1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며 피자 추방에 나섰다. 미셸의 명을 떠받든 사람은 학교 급식을 관장하는 톰 빌삭 농무장관이었다.

빌삭 장관은 미국에서 3200만여명의 학생이 먹는 급식 메뉴를 바꾸기로 작정했다. 그는 지난해 학교 급식 가이드라인을 15년 만에 바꿨다. 이어 올해 초에는 과일, 채소, 도정하지 않은 통 곡물인 전곡으로 만든 식품의 배식을 늘리고, 염분 섭취량을 줄이는 쪽으로 메뉴를 새로 짤 것을 선언했다. 또 옥수수, 강낭콩 등 녹말 채소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미국의 학교 급식의 최고 인기품목인 피자와 감자튀김을 몰아내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충격을 받은 곳은 감자 농가와 피자 제조업계였다. 학교 급식 피자시장 규모는 연간 180억 달러를 웃돈다. 이 시장이 송두리째 날아갈 위기를 맞았다. 급기야 냉동식품제조협회(AFFI)가 막대한 로비자금을 살포하며 의원 포섭전에 나섰다. 그 결과가 상·하원이 이번에 통과시킨 ‘농업예산법안’이다.

상·하 의원들은 ‘피자는 채소’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피자를 만들 때 토마토 페이스트(토마토를 으깨어 만든 소스)가 들어간다. 미 농무부는 피자를 추방하기 위해 토마토 페이스트가 최소 반 컵 이상 들어간 식품을 채소로 분류할 예정이었다. 보통 피자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양의 토마토 페이스트가 필요하다. 이 경우 피자는 채소 대우를 받지 못한 채 학교 급식 품목에서 쫓겨나도록 돼 있었다. 의원들은 이번에 토마토 페이스트가 두 숟가락 들어간 피자는 여전히 채소 대우를 받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피자와 더불어 감자튀김도 살아남았다. 농무부는 초·중등 학생이 좋아하는 감자튀김이 급식 메뉴에 들어갈 수 있는 횟수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하려 했다. 그러나 아이다호주 등 감자 생산 농가가 많은 지역 의원들의 반대로 이 역시 관철되지 않았다.

다만 피자와 감자튀김을 보호하는 조항의 시효가 1년인 예산법안에 포함된 만큼 이 문제는 내년 말에 다시 불거질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말까지 꾹 참았다가 의회 승인 절차 없이 행정명령으로 학교 급식 메뉴를 바꾸는 역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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